北 눈치 살피는 듯..국가안전위해죄 조사에 촉각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한때 한국 대학가의 주체사상 교육 교범이었던 '강철서신'의 작가인 김영환(48) 씨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유관 부문이 법에 따라 조사, 처리 중"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훙 대변인의 이런 언급은 김씨 사건에 대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국의 새누리당을 포함해 각계에서 석방하라는 요구가 들끓자 나온 반응으로 해석된다.
김씨와 동료 3명은 지난 3월29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탈북자 관련회의를 하다가 중국 당국의 급습으로 체포돼 단둥(丹東) 소재 국가안전청으로 옮겨져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김씨 체포 후 이틀 만인 지난달 1일 한국 정부에 관련 사실을 '간략하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980년대 대학가를 휩쓸던 NL(민족민주) 계열 학생운동권의 핵심으로 주체사상 확산의 주역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주민의 인권과 민주주의 개선에 전력을 쏟는 북한 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반북 인사로 여길만하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의 김씨 구금, 조사가 길어지는 배경도 김씨의 그런 처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중국이 처리 해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올해 들어 한국 정부가 중국의 탈북자 정책에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해왔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김씨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 당국이 김씨 등에 한국의 국가보안법 격인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통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김씨 등에 대해 단순히 탈북자 지원만 한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북한 체제 전복을 노린 활동을 했거나 동북 3성 지역에서 불법으로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간첩활동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하고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공안이 수사를 맡는 타인 밀출입국 방조죄는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다. 한중 관계가 껄끄럽지 않은 시기에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를 지원하다 적발된 한국인에게 이를 적용해 추방이라는 가벼운 조처를 했다.
그러나 국가안전부에서 조사하는 국가안전위해죄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한중 간에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씨 측도 국가안전부 조사 완료후 검찰에 넘겨져 정식으로 기소될 것에 대비해 변호인 선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중국 당국이 김씨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위법행위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어 김씨 등에 대한 향후 처리 절차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국가안전위해죄는 중국의 주권, 영토, 안보저해, 국가분열, 인민민주독재정권 전복, 사회주의 제도 파괴행위를 한 개인과 단체에게 적용되지만 조항이 워낙 포괄적이어서 김씨 등이 해당 죄로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 지도 전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김씨 등에 대한 처리를 '법대로' 진행한다면 기소와 재판 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형량 역시 예상보다 무거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지도체제가 들어서고서 남북한 관계가 더 냉랭해진데다 북핵 6자회담 논의가 '실종'된 상황도 김씨 등에 대한 처리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씨 등이 체포되고서 50여일이 지나도록 한중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김씨 사건은 한중 외교마찰로 비화할 '소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 않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상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변하거나 한중 지도자들 간에 '결단'이 있으면 이전에 발생했던 탈북자 지원 사건 처리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선에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는 않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5/16 18:01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