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지원ㆍ관계개선 카드 측면서 접근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대북 수해지원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북한 매체를 통해 수해 상황이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줄곧 "주시하고 있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지난달 24일 "수해가 심각해지면 (북측의) 요청이 따로 없더라도 지원을 제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다. 다만 적절한 시기에 제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북측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고, 그런 의미에서 상황을 검토해가고 있다"면서 기대감 실린 속내를 내보였지만 이후 정부의 가시적인 행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단 지원 가능성을 열어 둔 채로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대북 수해지원은 수해의 심각성과 남북관계 분위기 개선을 위한 전략적 활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6월 말부터 계속된 폭우와 최근 태풍 '볼라벤'으로 북한에서는 사망ㆍ실종 560여명, 이재민 22만여명 및 9만7천여 정보(약 961㎢)의 농경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보다 최악의 수준은 아니지만 적지않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수해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피하고 있다. 피해가 심각한지에 대한 평가는 유보한 채 "주시하고 있다"는 언급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에는 수해가 `치명적 수준'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일 "혼란스럽다"고 표현했다.
북한이 매체를 통해 수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전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수해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고 서해 최남단 무도와 장재도를 비롯한 군부대를 잇따라 시찰하며 대남 위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청년절을 기념하는 대규모 `횃불 행진'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북한은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 차원에서 `전략적 카드'로서의 수해지원 활용 방안도 모색하는 분위기다.
수해지원을 계기로 남북관계 분위기가 다소 호전되면 이산가족 상봉 등 추가 교류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측 민간단체의 지원에 대해서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북측이 최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수해지원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해온 것을 `좋은 사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이 먼저 지원을 요청해오면 정부로서도 크게 고민할 게 없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그러나 2일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수해지원에 대해 북측은 명확한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현 남측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북측이 대남 비난을 계속하고 있고 최근에는 한가위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는 정부의 제안도 사실상 거부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들을 위한 출퇴근 도로 개보수 공사와 출퇴근 버스 회차장 확장 공사 등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북측과 공동으로 준공행사를 추진 중이지만 북측에서 이렇다 할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서 남한 당국에 대해 "현 집권세력은 비참한 종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남측 민간에 대해서는 문호를 열어두면서도 당국에 대해서는 비난과 압박을 계속하는 `통민봉관'(通民封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 수해지원에 대해 마냥 현재와 같은 유보적 태도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긴급성을 요하는 대북 수해지원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면 진정성 없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북 수해지원 카드를 어떻게든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측의) 요청이 따로 없더라도 지원을 제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류 장관의 언급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9/02 08:31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