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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의 선택, 악수인가 묘수인가>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정의화 국회의장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정의화 국회의장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려고 이동하고 있다.

정의장 "고뇌에 찬 결단" 강조…여당은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처리를 유보하고 의사일정을 나흘 뒤로 전격 재조정하는 선택을 한데 대해 과연 악수인가, 묘수인가를 놓고 해석이 무성하다.

일단 무소속 신분이기는 하지만 새누리당이 배출한 국회수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신선한' 측면이 있다.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은근히 여당 편을 들어온 역대 의장의 '행동방식'과는 분명하게 차별화된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40일 넘게 '입법 제로'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정했던 의사일정을 어기면서까지 법안처리를 유보, '식물국회'를 연장했다는 점은 입법기관의 책임자로서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당장 새누리당이 강하게 정 의장을 몰아붙이면서 사퇴촉구결의안 제출까지 추진하기로 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반려되기는 했으나 이완구 원내대표가 사의표명을 하며 강력한 '시위'에 나선데 이어 오는 30일 본회의 때까지 세월호법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정국 상황은 더욱 꼬여갈 전망이다.

산회 선포한 정의화 국회의장
산회 선포한 정의화 국회의장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산회를 선포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시간을 벌면서 세월호유가족과 마무리 의견교환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제는 집권여당이 비협조적인 입장으로 완전히 돌아서 버린 것이다.

정국상황이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과연 정 의장의 이날 선택이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여당의 극한 반발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신의 한수'가 아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정 의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스스로 작성한 호소문 성격의 글을 결연한 표정으로 낭독했다.

정 의장은 "의장으로서 300명의 의원들이 모두 다 자리를 꽉 채우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돼서 18년 동안 여당만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될 줄은 과거에도 본 기억이 별로 없고 지금 사실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의사일정 90개 안건의 처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고뇌한다"며 "의장으로서 국감을 비롯한 정기국회의 원만한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날 여당 단독으로 법안들을 처리할 경우 향후 국회 파행이 우려된다는 뜻을 밝혔다.

산회 선포 항의하는 하태경 의원
산회 선포 항의하는 하태경 의원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자 하태경 의원이 항의를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어 "오늘 계류중인 안건을 의결해도 국감, 국무위원 출석 처리를 위해서는 수일 내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로부터 본회의를 며칠만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진정성을 느꼈다"면서 "본회의를 소집해야 할 상황에서 야당의 진정성을 믿고 의사일정을 변경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당부도 정 의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당적을 넘어 서로 신뢰를 쌓아온 문 위원장이 전날부터 "곧 국회에 들어올테니 26일 의안 단독처리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오는 30일 본회의 재소집 입장을 밝혔고, "더 이상의 인내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30일 본회의가 '마지노선'이라고 못박았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정 의장이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며 "어차피 국정감사 일정 확정을 위해선 본회의를 한 번 더 소집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을 믿고 한 번 더 기다려 주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이 지난 18대 국회 하반기 부의장으로 재직하며 본회의장 '최루탄 사태'를 일으킨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당시 의사봉을 두드린 전례가 있는 만큼 "때가 되면 할일은 한다"고 측근들은 강조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9/26 17: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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