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의 계절은 한국과 상반된다. 우리네 삼복더위에 뉴질랜드는 눈보라가 날린다. 설날도 마찬가지다. 마오리의 새해맞이 축제인 마타리키(Matariki)는 매년 6월 초순에 시작된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이 무렵 동쪽 하늘에는 밝고 아름다운 별무리(Cluster of Star)가 나타나는데,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the Pleiades) 성단이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마타리키는 바로 7개의 별로 이루어진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가리키는 마오리 언어다.

뉴질랜드의 마오리 공동체는 마타리키가 나타날 즈음 축제를 시작한다. 각 이위(Iwi, 부족)에 따라 시점과 기간은 다르다. 하지만 감사와 기쁨으로 한 해의 수확을 마치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는 동일하다. 또 별무리의 밝기와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 이듬해 농사를 미리 예견한다.

올해 마타리키 축제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 호크스 베이(Hawke’s Bay), 로토루아(Rotorua) 등 마오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6월 한 달 동안 열렸다. 마오리 전통공연과 예술품 전시회, 음식축제, 예술제 등을 통해 마오리 문화가 소개됐다.

다양한 마타리키 이벤트에 참여할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 포우히리(Powhiri)이었다. 마오리의 공식적인 손님맞이 의례인데 독특한 몸짓과 노래로 이루어졌다. 먼저, 탕가타 페누아(Tangata Whenua, 주인)의 전사가 손에 창을 들고 마누히리(Manuhiri, 손님)에게 다가왔다. 전사는 자신의 강인함을 드러내고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창을 휘두르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있는 힘껏 눈을 부라리고, 혀가 턱에 닿을 만큼 쑥 빼물었다.

이윽고 전사는 허리춤에서 징표가 될 만한 물건(나뭇가지, 고사리, 조각품 등)을 하나 꺼내 마누히리 앞에 던졌다. 이것을 마누히리 일행 중 추장 역할을 맡은 이가 집어 전사에게 다시 건넸다. 전쟁이 아닌 화친을 위해 방문했다는 의사표시였다. 낯선 방문객이 평화사절단임이 확인되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마을의 마오리가 모두 나와 환영식을 벌였다. 마오리의 상징처럼 알려진 군무(群舞), 하카(Haka)와 노래가 이어졌다. 하카는 리더의 선창에 따라 수십 명이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는 동작으로 시작됐다. 땅이 꺼지도록 세차게 발을 구르다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기도 했다. 손을 사시나무 떨듯 흔드는 위리우리(Wiriwiri)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됐다.

하카를 눈앞에서 보고 있자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오리 전사들의 격정적인 외침과 몸짓은 폭풍우가 몰아치듯 강성했다. 하카의 폭풍이 지나간 뒤 손님 일행은 짧은 노래로 화답했다. 손님 일행은 마오리 언어로 된 가사가 적힌 쪽지를 미리 받아 연습을 해두었다. 긴 환영의식의 마지막은 홍이(Hongi)로 마무리됐다. 손님과 마오리가 서로의 이마와 코를 마주대면서 ‘키아오라(Kia Ora, 안녕하세요)’의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쿠페(Kupe), 전설이 된 마오리

호네 미하카(Hone Mihaka)는 마오리 문화의 전도자를 자처한다. 마오리 부족 중 가장 규모가 큰 나푸히(Ngapuhi) 부족의 후예로 오십 평생을 마오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계승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현재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중심인 파이히아(Paihia)에서 다채로운 마오리 문화체험 프로그램(www.taiamaitours.co.nz)을 운영하고 있다. 마오리의 항해용 카누인 와카(Waka) 투어, 거대한 수목인 카우리 숲 트레킹, 마오리 유적지 탐방 등을 주관한다.

지난 마타리키 축제 기간에 미하카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아홉 살배기 손자가 집안을 대표하는 전사로 분장하고 포우히리를 선보였다. 상투를 틀어 올리듯 가운데 머리를 질끈 동여맨 꼬마 전사는 제 키보다 더 큰 창을 들고 일행을 맞이했다. 눈을 부라리고 혀를 내미는 모습이 오히려 앙증맞았다.

코를 맞대는 홍이가 끝난 후 저녁 식탁에는 항이(Hangi)가 올라왔다. 닭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감자, 호박, 쿠마라(고구마), 당근, 양배추 등이 어우러진 만찬이었다. 항이를 나누며 마오리의 시원(始原)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온몸에 모코(Moko)를 새긴 미하카가 조상들의 남다른 자긍심을 발휘했다. 마오리가 뉴질랜드에 정착하게 된 과정부터 19세기 중반 영국군과 벌인 치열한 전쟁까지, 어린 손자와 이방인들 앞에서 부활한 마오리 전사처럼 열정을 토해냈다.

뉴질랜드에 도착한 최초의 마오리는 쿠페(Kupe)였다. 쿠페는 와카를 타고 고향인 하와이키(Hawaiki)를 떠나 수십 일을 항해한 끝에 뉴질랜드에 닿았다. 남태평양의 뜨거운 태양과 폭풍우를 이겨내고 발견한 땅이 바로 뉴질랜드 북섬이었다. 쿠페는 망망대해에서 마타리키 별무리를 보고 방향을 가늠했다고 한다. 마타리키는 불멸의 마오리 전사에게 새로운 터전을 안겨준 길잡이였던 셈이다.

쿠페 이후 마오리의 뉴질랜드 이주는 수백 년에 걸쳐 계속됐다. 아오테아로아(Aotearoa, 희고 긴 구름)라고 명명한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마오리는 번창하며 지역마다 부족을 이루었다. 덫과 올가미로 세계에서 가장 큰 새인 모아(Moa)를 사냥했고, 아마로 짠 그물과 동물 뼈로 만든 낚시 바늘로 물고기를 잡았다.

마오리의 전설과 관련해 한 가지 아이러니는 쿠페가 떠나온 하와이키가 어디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문헌은 물론 구전으로도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마오리 문화가 쿡 아일랜드나 타히티 같은 남태평양 섬들과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폴리네시아 군도일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마오리는 태어난 곳은 잃어버렸지만 뉴질랜드라는 새로운 고향을 찾아낸 셈이다. 그 신생의 터전에 그네들의 허벅지처럼 굵고 탄탄한 뿌리를 내렸다.

찾아가는 길 뉴질랜드의 역사적 건축물 중 하나인 월링포드는 북섬 동쪽 해안지역인 호크스 베이 남쪽에 위치한다. 포랑아하우(Porangahau) 해변에서 내륙으로 약 10km 들어간 구릉지대에 서 있다. 네이피어 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이용 요금은 시즌, 인원, 숙박일수에 따라 다양하다. www.wallingford.co.nz

찾아가는 길 호크스 베이 농산물 시장이 열리는 품평회장은 헤이스팅스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소요된다. 품평회장은 4층 높이의 관람석 건물과 넓은 잔디 광장을 갖추고 있는데, 간혹 럭비경기도 개최된다. 시장은 매주 일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열린다. www.hawkesbaynz.com

찾아가는 길 연륙교가 놓여 차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파이히아-러셀 구간을 운항하는 페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된다. 약 15분 소요된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생태관광 업체인 펀즈 에코 투어(Fernz Eco Tour)가 러셀의 다양한 동식물을 체험할 수 있는 패키지를 운영한다. www.fernzecotours.co.nz

NEW ZEALAND Information

뉴질랜드에서 키위(Kiwi)는 4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중국이 원산지인 키위 과일은 누구나 알고 있다. 두 번째 의미는 뉴질랜드의 상징으로 부리가 길고 날지 못하는 야행성 키위 새다. 세 번째는 뉴질랜드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이는 1차 세계대전 때 뉴질랜드 군인들에게 붙여진 별명에서 유래했다. 마지막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뉴질랜드 달러를 부르는 별칭이다. 뉴질랜드 1달러 동전에 새겨진 키위 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파이히아(Paihia)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중심지로 다양한 크루즈 투어가 이곳에서 출발한다. 남태평양의 절경을 한눈에 경험할 수 있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케이프 브렛에서 즐기는 ‘홀 인 더 락’ 크루즈, 돌고래와 함께 하는 수영, 바다 카약 등이 유명하다.


와이탕이 조약 체결지(Waitangi Treaty Grounds) 와이탕이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 자리한 작은 해안 마을로 마오리에 대해 알기 위해선 반드시 들러야할 곳이다. 1840년 2월 6일 마오리 부족 추장들과 영국 정부가 이곳에서 와이탕이 조약을 체결했다. 그 조약으로 인해 뉴질랜드는 사실상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유럽인들에 의한 뉴질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이다. 현재, 마오리 문화를 배우고 와이탕이 조약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교육현장이 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와카가 전시돼 있다. www.waitangi.net.nz


와이포우아 숲(Waipoua Forest) 마오리가 뉴질랜드에 첫발을 디딘 북섬 서쪽 호키앙아(Hokianga)의 카우리(Kauri) 숲 지대다. 카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목 중 하나로 2000년 이상 산다. 다 자라면 높이 60m, 지름 5m 이상이다. 콘크리트 기둥처럼 육중하게 솟아 폭죽이 터지듯 줄기가 퍼져나간 모습이 인상적이다. 와이포우아 숲에는 카우리 이외에도 키위 새, 희귀 양치류 등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동식물이 서식한다. 1952년 보존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네이피어(Napier) 뉴질랜드 동쪽 해안 호크스 베이(Hawke’s Bay)의 중심 도시이다. 연중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인해 뉴질랜드의 캘리포니아라고 불린다. 19세기 후반 유럽 이민자들이 세운 도시인데, 1931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후 재건됐다.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1930년대 유행했던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의 건축물이 매혹적이다. 호크스 베이 박물관을 방문하면 회화와 조각, 수공예 작품 등 마오리 예술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오클랜드에서 항공편으로 1시간 소요된다. www.hawkesbaynz.com


와이헤케 섬(Waiheke Island) 녹음이 짙게 우거진 와이헤케는 마오리 언어로 ‘작은 폭포’라는 뜻이다. 오클랜드 사람들의 사계절 휴양지이다. 페리 부두에서 약 35분이면 닿을 수 있다. 아름다운 해변과 울창한 원시림, 유명 부티크 와이너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승마, 카약, 산악자전거 등 거의 모든 레포츠와 피크닉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방문자안내센터(i-Site)나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하면 특색 있는 와이너리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www.fullers.co.nz


스카이점프(Sky Jump) 스카이점프는 번지점프보다 훨씬 더 아찔한 쾌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스카이타워의 192m 지점에서 특수 제작된 장비를 갖추고 쇠줄을 이용한 베이스 점프 방식으로 낙하한다. 시속 85km 속도로 떨어지는데, 번지점프와 달리 다시 튀어 오르거나 거꾸로 매달리는 일은 없다. 10여 초 동안 날면서 아름다운 오클랜드 항구와 도심을 감상하게 된다. 요금은 NZ$195이다. 스카이 점프를 이용하면 스카이타워 전망대도 이용할 수 있다. 하루 동안 유효하기 때문에 오클랜드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www.skyjump.co.nz


오클랜드 박물관(Auckland Museum) 뉴질랜드에서 가장 두드러진 유적 건축물 중 하나다. 뉴질랜드가 국가로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마오리를 비롯해 폴리네시아 관련 유물을 가장 많이 소장한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의 다양한 지형을 보여주는 자연사 갤러리도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하루 3번 마오리 민속공연을 펼친다. www.aucklandmuseum.com


오클랜드 해양박물관(NZ National Maritime Museum) 해양국가 뉴질랜드의 발자취를 들여다볼 수 있는 14개 갤러리로 구성돼 있다.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의 항해 모험 역사부터 유럽인의 이주 역사, 연안 무역, 초기 증기선과 아메리카컵 요트대회까지 해양문화와 관련된 다채로운 문헌과 실물 자료를 볼 수 있다. 평일 오전 11시 가이드 투어가 운영된다. 입장료는 NZ$12이다. www.nzmaritime.org


항공편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인천-오클랜드 직항노선을 운항한다. 약 11시간 소요된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쿠알라룸푸르, 에어뉴질랜드는 도쿄를 경유한다. 경유 항공편은 요금이 저렴하지만 소요시간이 늘어난다. 국내선은 오클랜드에서 네이피어까지 약 1시간, 케리케리까지 약 40분 소요된다.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3시간 빠르며, NZ$1는 7월 중순 기준으로 약 73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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