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중 한 곳인 캄보디아에서 지난 6월 PMT항공의 AN24기가 추락,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이 중에는 한국인 관광객 13명이 포함돼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악천후 속에서 지형을 오판한 조종사의 과실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항공기 사고는 자동차 사고만큼 빈번하지는 않지만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는 어떤 사고보다 크다. 추락, 충돌, 폭발의 경우에는 대부분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고, 활주로에서의 충돌이나 비상 착륙 시에도 사망 또는 부상자가 발생한다. 한 번 오르면 피할 공간이 없는 항공기를 이용할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항공안전정보 웹사이트인 에어세이프닷컴(AirSafe.com)에 따르면 1978~1995년 서유럽과 미국에서 설계된 대형제트기를 포함해 탑승객이 1명 이상 사망한 사고는 총 164건으로 68건은 탑승객 전원이, 15건은 90% 이상이, 37건은 10% 미만이 목숨을 잃었다.

이와 관련 미국 MIT 아놀드 바넷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2000~2005년의 항공기 사고 사망률이 선진국의 국내선에서는
3000만 번 비행에서 1회, 개발도상국에서는 200만 번에서 1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선을 운항하는 항공사에 있어서는 선진국과 후진국이 모두 150만 번에서 1회로 같았다.

국내선의 경우, 매일 한 번씩 비행기를 타면 8만2191년이나 5479년 만에, 국제선에서는 4109년 만에 사고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확률이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항공기 사망 사고 확률은 40만~1000만 번에 1회로 각각 5000번에 1회, 40만 번에 1회에 불과한 자동차와 기차에 비해 극히 낮다. 그러나 아무리 확률이 로또 1등 당첨 확률만큼이나 낮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한국에 취항하는 주요 항공사들의 사고 기록은 어떻게 될까?

최근 10년간(1997년 6월~2007년 6월) 테러를 제외한 사망 사고를 보면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중화항공, 대한항공이 3회, 터키항공이 2회, PMT항공을 비롯한 베트남항공, 블라디보스토크항공, 세부퍼시픽, 싱가포르항공, 에어프랑스, 에어필리핀, 중국국제항공, 타이항공 등이 1회씩이었다.

기종은 보잉사의 737-400, 737-300·737-200·727·747·767, MD-11, 에어버스 300·310, 안토노프 24, 야코블레프 12, 투폴레프 134·154, DC-9, Learjet 31, BAe146 등이었다. 현재 한국과 현지를 연결하는 항공편의 기종은 대부분이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의 항공기이며, 일부 항공사들은 맥도널더글러스의 MD-82, MD-83, MD-90을 운항하고 있다.

건교부 항공안전본부에 따르면 항공사의 안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고장으로 인한 지연·결항율(2007.1.1~2007.5.29)은 이란항공(4.55), 사할린항공(3.47), 블라디보스토크항공(3.11), 로열크메르항공(2.67), 달라비아항공(2.27)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외여행에서의 항공 이동은 한국의 국제공항을 출발해 현지 공항에 도착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항공편이 직접 연결되는 대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목적지에 닿기 위해 현지에서 다양한 연결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날아다니는 관’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항공사와 중소 영세 항공사들이 난립한 동남아시아에서의 항공 이동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에어세이프닷컴이 1970년부터 2007년 6월까지 자체적으로 조사·작성한 100만 번 비행당 탑승자 사망률(추정치로 항공사나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시인된 자료는 아님)을 보면 조사 항공사 중 중화항공이 7.16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도항공(4.89), 터키항공(3.58), 이란항공(3.54),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2.53) 순이었고, 에미레이트항공과 에바항공은 0.00이었다.

기종별로는 에어버스 320이 가장 높았으며, 보잉 747, 에어버스 300, 보잉 737-100/200, 보잉 727 순이었다.


항공기 사고 보상금, 어떻게 되나?

우선 여행 출발 전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선택한 보험상품에 따라 보상한도는 1억~5억 원까지 달라진다. 물론 보상한도가 높을수록 보험료도 비싸진다. 일반적으로 여행사의 상품에는 한도 1억 원의 여행자보험이 포함돼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면 사망보험금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기존에 생명보험을 들었다면 재해로 인한 보험금을 받게 되며, 상해보험에서도 일반 상해로 인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행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보상을 해주지는 않는다. 전쟁이나 내란, 지진과 해일 등 천재지변, 자살 등으로 인한 사망은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만 1세 미만 유아나 90세 이상의 고령자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해당 항공사에서 지급하는 배상금이다. 국제항공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대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바르샤바협약(국제항공운송규칙의 통일에 관한 조약)에서는 각 여객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을 25만 골드 프랑(약 25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할 것을 인식하고도 운항한 경우’에는 손해액을 모두 운송인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종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항공사에서 피해액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지난 2002년 경남 김해에서 사상자 166명을 발생시킨 중국국제항공 보잉 767-200기의 추락 사고는 조종사의 무리한 운행이 불러온 사고로 밝혀지면서 서울 및 부산지법에서는 중국국제항공에 피해액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외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나 외국 항공사의 비행기 사고의 경우, 양 당사국 간에 재판 관할권 문제가 대두될 수 있지만 해당 항공사가 한국에 영업소를 두고 있다면 사고 현지 또는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002년 중국 다롄에서 발생한 중국북방항공공사의 항공기 추락사고의 경우에도 한국에 영업소를 두고 있어, 유족들은 국내에서 항공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의 경우에는 사고 현지인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같은 항공기의 사망자라고 하더라도 재판 관할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다. 1997년 대항항공 괌 추락사고의 경우, 대한항공과 합의한 유족들은 사망자 1인당 2억5000만 원을 받았지만,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던 유족 및 부상자 14명은 총 3000억 원의 배상금을 받기도 했다.

배상액은 사망자의 직업과 연령에 따른 일실수익과 유족위자료, 장례비를 감안해 산정된다. A씨는 2002년 중국국제항공 보잉 767-200기의 추락 사고로 사망한 B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해 지난 2월 판결을 받았다.

사고 당시 회사원이었던 B씨는 월 평균 150만 원(월급 및 상여금 각종 수당 포함)을 지급받고 있었다. 법원은 사고일로부터 가동연한인 60세까지 예상되는 수입(수입의 1/3은 생계비로 제외시킴)을 계산해 일실수익을 총 1억3000여만 원으로 확정하고, 사망자 위자료 1억5000만 원을 더해 유족에게 배상금 2억8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가정주부나 퇴직한 후 직업이 없는 사람의 경우, 도시 일용자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 측 임치영 변호사는 “기존 통상 5000만 원 안팎의 법정 위자료를 사망자 1인당 1억5000만 원으로 높게 산정한 것은 평가할 만하나 항공기 사고에 대한 국제적 처리기준에는 배상액이 턱없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항공안전에 관한 세계 각국의 안전등급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운항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기준 이행률에 따라 1등급(기준 부합)과 2등급(기준 미달)으로 분류했다.

방글라데시, 벨리즈, 불가리아,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감비아, 가이아나, 아이티, 온두라스, 인도네시아, 키리바시, 나우루, 니카라과, 파라과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스와질란드, 우크라이나, 우루과이, 짐바브웨 등이 2등급으로 분류됐으며, 이 중 한국에 취항하는 항공사를 가진 국가는 인도네시아 한 곳이다. 미국은 2등급 국가에 대해 미국 항공사와의 공동운항(코드셰어) 금지 등의 제한 조치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교통위원회는 항공 운항 불안전 국가와 항공사에 대한 리스트를 분기마다 발표하고 있다. 운항이 금지된 리스트A의 항공사는 유럽연합 전체 회원국의 영공 통과를 포함해 운항이 전면 금지되며, 기종별로 운항이 금지된 리스트B의 항공사는 해당 기종에 한해서만 운항이 금지된다.

7월 4일 발표된 블랙리스트에서 항공사 운항금지 국가는 콩고민주공화국, 앙골라, 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북한, 인도네시아 등 14개국 151개 항공사이며, 특정 항공사의 기종에 대한 운항이 금지된 국가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코모로, 콩고 등 4개국 4개 항공사이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국내 취항 항공사는 인도네시아의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다.

한편 러시아는 쿠반 항공(Kuban Airlines), 야쿠티아 항공(Yakutia Airlines), 에어라인400(Airlines 400), 카브민보디아비아(Kavminvodyavia) 등 4개 항공사의 유럽 운항을 자체적으로 금지했으며, 가즈프로마비아(Gazpromavia), UT에어, 크라스(Kras)에어, 애틀랜트 소유즈(Atlant Soyuz), 우랄 항공(Ural Airlines), 로사이아(Rossyia) 등 6개 항공사에 대해서는 운항 항공기의 숫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몰도바는 적절한 안전 감독을 하지 않은 8개 항공사의 운항 허가를 취소했다.

‘안전한 항공기’ 이용을 위해서는 항공사의 사고 기록과 기종별 사고율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지만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항공청의 안전등급 평가, 유럽연합 블랙리스트, 건교부 항공안전본부의 항공안전정보가 안전한 항공기 이용을 위해서는 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항공사는 운항 취소나 금지 등의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안전한 항공여행을 위한 10계명(에어세이프닷컴)

1 직항 노선을 타라  대부분의 사고는 이륙, 상승, 하강, 착륙 등의 비행단계에서 발생하므로 직항편을 이용하면, 그만큼 사고 노출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2 큰 비행기를 선택하라  현재 좌석이 30석 이상인 비행기는 모두 가장 엄격한 규정에 따라 설계되고 보증을 받는다. 심각한 사고가 아니라면 큰 비행기 탑승 승객의 생존 기회가 더 높다.

3 비행 전 브리핑을 경청하라  비상구의 위치 등 항공기 안전 정보를 이전에 반복적으로 들었더라도 가장 가까운 비상출구의 위치는 탑승한 비행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한다.

4 기내 사물함에 무거운 물건을 넣지 말라  좌석 위에 있는 사물함은 비행기가 흔들릴 때 무거운 물건 때문에 열릴 수 있다. 누군가 힘들어 할 정도의 무거운 물건을 사물함에 넣으려 한다면 다른 곳에 넣도록 유도한다.

5 안전벨트를 착용하라  안전벨트는 예상하지 못한 난기류를 만났을 때 보호장치 역할을 해준다.

6 승무원의 말을 경청하라  행기에 승무원이 있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승무원이 안전벨트를 매라고 하면, 우선 벨트를 맨 뒤 나중에 질문한다.

7 위험물질을 반입하지 말라  기내 반입 금지 품목에 대한 다소 긴 리스트가 있다. 가솔린, 부식제, 독성 가스 등을 가지고 타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항공사가 허용하지 않는 물품이 있다면 적당한 컨테이너에 싣는다.

8 뜨거운 음료는 승무원에게 따르도록 하라  승무원들은 좁은 기내 통로에서 커피나 차 같은 뜨거운 음료를 다룰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 승무원이 음료를 따른 뒤 당신에게 전달하도록 하라.

9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  기내 압력이 높기 때문에 알코올은 해수면에서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행 중에는 절주가 최선이다.

10 늘 정신 차리고 있어라 응급 대피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면 조종사와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비행기에서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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