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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일 "아프리카는 문명 요람이자 능욕의 땅"

창비서 '아프리카를 가다' 출간…"종횡 세계일주 마침표"

정수일 소장. [창비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에게 아프리카는 문명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특별한 땅이다.

중국 연변 출신인 정 소장은 1955년 중국 국비연구생 신분으로 이집트 카이로로 떠났다. 이후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일했고, 튀니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0년 이후 실크로드와 라틴아메리카 답사기를 펴낸 그가 이번에는 두툼한 책 2권으로 구성된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를 출간했다. 연구소 회원들과 함께한 답사 내용을 바탕으로 오래전 추억과 문명사 지식을 버무려 서술했다.

예컨대 대학생 때 여름캠프에 참여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과거와 현재를 논하고, 모로코 국왕 앞에서 중국어 통역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정리했다.

정 소장은 출판사 창비가 11일 마련한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프리카는 고대 문명의 요람이자 서구 식민주의자들의 능욕을 가장 많이, 가장 오래, 가장 뼈저리게 받은 곳"이라며 "아프리카를 위한 설욕은 인류를 위한 설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대륙 전체가 식민지화한 유일한 지역"이라며 수백 년간 지속한 부조리를 파헤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유학을 하면서 아프리카 해방 투쟁 1세대와 많이 접촉했는데, 이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프리카의 미래였다"며 "아프리카에서 추진한 사회주의의 허와 실을 분석하는 것도 저술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와 함께 양대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가 제3세계에서 가진 의미와 보편성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해 "중국이 아프리카에 주는 것은 적고 가져가는 것은 많다"며 "아프리카는 현재 중국을 상당히 경계한다"고 우려했다.

정수일 소장. [창비 제공]

그는 아프리카를 돌아보면서 기존에 생각한 '세계는 하나'라는 가치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정 소장은 그 근거로 조상이 동일하다는 혈통의 동조, 역사에는 보편적 법칙이 있다는 역사의 통칙, 소통과 교류가 부단히 이뤄지는 문명의 통섭, 보편가치 공유를 제시했다.

그는 신간을 "종횡(縱橫) 세계일주 수행의 인증샷"이라고 정의했다. 2014년 5월 8일 아프리카 답사를 마지막으로 28년에 걸친 세계 주유가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소장은 여전히 여행길에 오른다. 지난해는 북유럽 4개국을 둘러봤고, 올해는 5월부터 7월까지 북방 초원실크로드를 답사했다.

한국 나이로 여든다섯 살인 정 소장은 "문명교류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꿈"이라며 "앞으로 책 6권을 더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위장간첩 '깐수'로 유명한 정 소장은 평생을 분단 극복과 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했던 민족주의자로 살았다면서 1963년 북한에 건너간 것도 조선족 차별이 아닌 통일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력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에 두고 온 딸들을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11 18:2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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