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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현장 있던 작가, 청소년들에게 진실 알리고파"

광주민주화운동 다룬 청소년소설 '통행금지' 박상률 작가

박상률 작가
박상률 작가[박상률 작가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5·18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청소년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청소년들에게 그 실체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청소년소설 '통행금지'(서해문집)를 펴낸 박상률(60) 작가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작가는 1980년 5월 전남대 상과대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5월 16일 광주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민주화 대성회' 시위에도 참여했는데, 다음 날에는 다른 사정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시외에 나갔다가 버스터미널 전에 있는 간이정류장에서 내렸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고향 진도를 떠나 광주에서 동생들이랑 방을 얻어 자취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집에 들어가니 주인집 사람들이 저를 보고 '터미널에서 내렸으면 죽었을 것인데'라고 하더군요. 그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인들이 마치 '쥐사냥'을 하듯 사람들을 사냥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날 운 좋게 살아남았고,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시위에 나갔습니다."

그 현장에서 그가 직접 목격한 시신만 수십 구였고, 끔찍한 학살 현장을 목격한 뒤 남은 트라우마는 너무 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81년에 광주를 떠났어요. 도저히 광주에서 살 수가 없었어요. 그때의 그 햇빛, 바람, 냄새를 못 견뎠지요. 전공도 문학으로 바꿔서 대학원 공부를 하러 서울에 왔어요. 그런데 작가가 된 뒤에도 5·18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빛 광(光)자만 봐도 가슴이 떨렸으니까요. 그러다 25년 만에 겨우 처음으로 '하늘산 땅골 이야기'라는 시집을 썼고, 차츰차츰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 현장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는 소설은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저는 한 개인의 망가진 삶에 천착하는 이야기들을 쓰려고 했어요."

이후 그는 5·18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소설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과 일반 소설 '나를 위한 연구', 동화 '자전거', 그림동화 '아빠의 봄날'을 썼다. 이번 '통행금지'는 5·18을 다룬 여섯 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광주시 외곽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한 가족의 눈으로 광주 이야기를 그린다.

"예전엔 딸기를 비닐하우스 같은 것 없이 자연에서 재배하니까 5월 중순쯤에 나왔거든요. 당시 실제로 딸기를 많이 봤는데, 광주에 있던 시민들이 다 딸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짓밟으면 아무 힘도 없이 이지러지잖아요."

주인공인 중학생 '광민'이와 아버지, 어머니, 진돗개 '찐돌이'가 등장한다. 이 가족과 이웃들이 시내로부터 전해 듣는 풍문에는 군인 출신 대통령이 죽고 다시 군부가 집권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이야기와 이에 맞선 전국적인 민주화 시위 소식이 담겨 있다. 그런 어지러운 세상사를 뒤로하고 광민이네 집은 딸기 수확에 여념이 없다. 아버지는 수확한 딸기를 수레에 싣고 시내 시장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군인들이 시 경계를 봉쇄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린다. 발이 묶인 아버지는 군인들이 사람을 '사냥'한다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 병원을 지나가다 다친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헌혈을 한다. 광민 아버지가 거리에서 보는 시민들의 벽보와 군인들의 포고문 내용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진돗개 찐돌이가 검문소 부근에서 짖었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 죽으며 마무리된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정말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 아이들이 많이 죽었지요. 개도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죽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5·18을 다룬 청소년소설을 쓸 때 특히 사명감을 갖게 된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곧 어른이 되는데, 한 번 왜곡된 시각을 가지면 계속해서 역사를 왜곡해서 보게 되거든요. 제가 그동안 여러 청소년소설을 써오면서 독자가 200만 명 정도 되니까 좀 더 나서서 이런 얘기를 써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세대가 가고 나면 그 현장을 직접 체험한 사람도 없을 거고요. 저는 특히 직접 체험한 사람으로서 약간의 허구를 얹지만, 진실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5·18 정신의 핵심으로 "대동, 두레, 공동체정신"을 꼽았다.

"그 현장에서 강도나 약탈이 한 건도 없었고, 집에 있던 시민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아무나 먹을 수 있게 내놓았죠. 사람들이 다 이기적인 것 같아도 막상 큰일이 벌어지면 희생을 불사하고 나선다는 걸 저도 그때 경험했어요. 그런 역사가 바탕이 돼서 재작년 촛불집회에도 평화가 응집된 것 같습니다."

국내 청소년문학계 대표 작가로서 그는 한 해 초청강연만 500여 회를 하고, 그중 100회 정도는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난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을 보며 여전히 희망을 느낀다고 했다.

"요즘 10대나 20대를 보고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지만,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이 다 생각이 있고, 어떤 일이 닥치면 오히려 앞뒤 계산하는 어른들보다 더 순수하게 뛰어듭니다. 어른들이 표피적인 것만 보고 '우리 클 때는 안 그랬는데' 하는데, 돌아보면 그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요즘 아이들을 만나 보면 오히려 부럽습니다. 다들 할 말 하고, 자기 할 일 똑 부러지게 하거든요. 몇몇 아이들의 탈선을 일반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비관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5/16 12:0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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