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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현장 보고서] ⑩ 이시형 KF이사장 "선택·집중으로 맞선다"

"연간 2만명 한국학 수강…최근엔 한국 경제·민주주의 연구 대학 늘어"
"아세안국가 中 경계, 日엔 식민지 경험…양국보다 예산 적지만 전망 밝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우월한 입장에서 호혜를 베푸는 것처럼 다가가지 않으려고 주의합니다. 한국학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KF)를 이사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여러 나라의 대학에서 한국학 붐이 일어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사업을 펼치지만 이는 원조가 아니다"라며 "1대1 펀딩으로 기금을 조성하거나 대학이 자생적으로 학과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학의 붐을 주도하는 아세안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자세를 바짝 낮춰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무역 흑자를 이어가고 한류붐으로 문화면에서도 비교우위를 가진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KF가 지난해 부산에 아세안문화원도 건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이사장은 "해외 한국학 진흥사업에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쌍방향 교류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사장은 1979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후 35년관 외교관으로 주폴란드 대사, 대통령 직속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행사기획단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OECD 한국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2016년 5월 KF 이사장에 부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해외 한국학 진흥사업은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나

▲ 한국학은 해외에서 한국에 대해 우군을 늘이는 일이다. 지한파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소프트 파워도 커진다. 현재 66개국 100개 대학에 한국학 강좌를 운영하고 16개국 90개 대학에 131석의 한국학 교수직을 설치했다. 온라인 강좌까지 포함하면 해외에서 연간 2만 명의 학생이 한국학을 수강한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 관련 사회·문화·정치·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운다.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간 지한파들이 음으로 양으로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류 열풍이 전 세계에 퍼져서 한국어 강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본이나 중국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지역학으로서 한국학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해서다. 한국학 진흥사업은 앞으로 더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분야다.

-- 어떤 식으로 한국학을 지원하나

▲ 교수직을 설치하거나 교원을 고용하도록 재정을 지원하는데 KF와 대학이 1대1 펀딩의 기금 조성을 추진한다. 무한정 지원할 수 없기에 대학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국어 정규 강좌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려는 대학에는 객원교수를 파견한다. 아울러 온라인 화상강의인 '글로벌 e-스쿨', 해외 한국 전문가 육성 위한 펠로우십과 장학사업, 외국인 교육자 초청 워크숍과 한국어 학습교재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 한국학이 한국어·한국문화에 집중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한국사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이 흐름은 동남아 지역의 한국학이 주도한다. 한국어나 한국 상식 학습 등을 통해 취업을 위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경제 발전이나 민주화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면서도 단시일 내에 이룬 경제성장이나 비폭력적인 시위문화와 선거 민주주의 등 한국의 저력을 한국학에서 연구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

-- 한국학과 전공자들의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나

▲ 한국 기업이나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펼지는 현지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이 되거나 대학에 남아 후학을 양성하는 전공자도 있지만 아직 진로가 다양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국학 연구가 앞선 미주나 유럽에서는 한국학 전공으로 취업이 쉽지 않기에 대부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자가 많다. 경제·공학 등 다른 전공자가 한국어를 따로 배워 경쟁력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반면에 동남아의 경우 한국과의 경제교류가 증가하고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취업률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진로 선택은 개인의 문제지만 전공을 살리지 못한다면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사라질 수 있기에 학과의 경쟁력 강화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전공교수나 대학 연구소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방한 연구를 돕는 펠로우십이나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펼친다.

--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해 지원 예산이 많이 부족한데

▲ 일본국제교류기금은 인력이나 예산 모두 KF의 6배에 달한다. 중국은 규모가 더 크다. 예산이나 인력으로 일본이나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는 어렵기에 적은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자 한다.

4강 국가에서의 한국학 진흥은 전략적으로 중요하기에 지원 비중이 높다. 반면 비중은 적어도 동남아와의 경제 협력이 갈수록 커지는 것 등을 고려해 주요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경제를 쥐고 있는 화교와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하고 있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식민지 경험으로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과거 일본과 중국에 치우쳤던 관심이 한국으로 옮겨오고 있어서 예산이 부족하지만 전망은 밝다.

-- 한국학 진흥사업을 펼치면서 특별히 주의하는 부분은

▲ 우리는 동남아보다 선진국이다. 무역 흑자를 거두고 있고 한류의 열기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호 관계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학의 발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부산시에 아세안문화원을 설립했더니 일각에서 왜 국고로 남의 나라를 홍보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우리가 어려울 때 선진국을 바라봤던 시선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역지사지로 바라봐야 한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05 0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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