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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급락 마크롱, 국회서 "겸허한 태도로 임하겠다"

베르사유궁서 연례 상하원 합동연설…정책방향은 옹호
'부자들의 대통령' 비판 불식시키려 친기업 드라이브 당위성 강조
"부의 창출 없이 분배도 없다…국가번영은 정의·평등의 토대"

베르사유궁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낮은 국정 지지도와 '부자들의 대통령' 등의 비판에 대해 "겸허한 태도로 임하겠다"고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강조했다.

하지만 부의 창출과 재분배를 위해서는 기업들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신이 추진해온 친(親) 기업 드라이브를 강하게 옹호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최근 국정 지지도가 30% 후반에서 40% 선까지 떨어지면서 취임 후 지지도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국정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에서 양원 합동연설을 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없고 모든 일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겸허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직은 겸손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겸손하면 되지 프랑스 전체를 위해서 겸손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의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대통령으로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나름의 해명을 제시한 것이다.

마크롱은 취임 후 다양한 국정과제를 동시 다발적으로 맹렬히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공화주의적 전제군주', '주피터'(고대 로마의 최고신) 등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런 비판 속에 그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직후 50%대 후반 또는 60%대 초반에서 현재 30% 후반∼40% 선으로 급락했다.

마크롱은 특히 90분에 걸쳐 한 이날 연설에서 법인세 인하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취임 이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친(親) 기업 정책들을 소리 높여 옹호했다. 그는 "기업을 돕는 정책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라면서 "부를 창출하지도 않고서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척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부의 창출과 국가의 번영은 정의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계획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취임 이후 기업활동 촉진을 목표로 내걸고 법인세를 내리는 한편, 사용자의 해고 권한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근로조건 협상 권한을 줄인 노동법 개정을 단행했다.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듣는 프랑스 의원들 [EPA=연합뉴스]

마크롱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그의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재직 경력과 친기업 드라이브를 결부시켜 그를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프랑스 유권자의 71%가 마크롱의 정책들이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날 "기업을 돕는 정책이 부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한 그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마크롱은 아울러 많은 서방국가가 불평등 확대를 그럭저럭 막아왔지만, 경쟁력과 사회의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면서 "프랑스에선 운명의 불평등이 대두했다"고 지적했다.

실력을 쌓아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한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그는 혁신기술과 새로운 직업환경이 요구하는 변화에 발맞춰 공교육과 직업훈련 제도의 개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긴축 정책도 예고했다.

마크롱은 "몇 주 안으로 재정지출 감축과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상한 목표 달성 방안을 발표하겠다. 재정지출 확대 속도를 늦추지 않고서는 감세(減稅)도 투자 확대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이 권고하는 회원국의 재정적자 상한선은 국내총생산(GDP)의 3%다.

마크롱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취임 직후에 이어 두 번째로, 매년 양원 의원들을 모아 주요 정책구상을 밝히겠다는 것은 그의 공약이었다.

상하원 합동연설 도중 물 마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작년에는 집권하고 갓 한 달이 경과한 7월 초 상·하원 전체 의원들을 소집해 합동연설을 하고 정치개혁 구상과 개헌 구상을 천명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양원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국가적 비상상황이 아니고서는 거의 없는 일이어서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작년에 상·하원 의사당이 있는 파리 시내에서 꽤 떨어진 베르사유 궁에 모인 1천여 명의 의원들은 대통령으로부터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수모'를 톡톡히 겪어야 했다.

집권 2년 차 합동연설인 이번에도 급진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마크롱 취임 후 대통령으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면서 연설을 보이콧했다.

마크롱은 이와 관련, 상하원 합동연설 시 참석 의원들과 대통령의 토론이 가능하도록 헌법 개정 작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7/10 01:0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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