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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아졌나 무리한 청구인가…법원·검찰 또 '영장갈등'

檢, 영장 기각 후 반박 입장…KAI 임원 영장 기각 3번째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오른쪽)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오른쪽)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분식회계 의혹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돼 법원과 검찰의 영장갈등이 재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밤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KAI 박모 고정익 개발사업 관리실장(상무)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발부서에서 자료가 파기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법리상 범죄가 되는지 의문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경우 적용된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자기 사건 자료를 숨기거나 없애는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

또 판례상 증거인멸 교사는 타인이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하면 성립한다. 자신의 범죄에 관한 증거를 타인에게 없애라고 지시한 경우에도 성립한다.

법원은 박 실장과 자료를 파쇄한 실무자가 한 부서에 근무하는 점에서 교사 혐의가 적용되는 타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검찰은 기각 후 한 시간 만에 "수긍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박씨는 재무제표 작성을 담당하는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분식회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직원들에게 직무상 상하관계를 악용해 중요 서류를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실무자들은 상사가 골라낸 서류를 어쩔 수 없이 파쇄만 했을 뿐"이라며 "기각 사유대로 하면 현실에서 증거인멸 범죄는 처벌 가능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전·현직 임원에게 청구한 구속영장 4건 중 3건이 기각돼 분식회계, 채용 비리, 뒷돈 상납 등 KAI 경영 비리 수사는 고비 때마다 제동이 걸린 셈이 됐다.

검찰은 올해 2월 영장전담 판사들이 교체된 후 '문턱'이 높아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8일 양지회 전·현직 간부 2명과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KAI 임원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자 검찰은 입장을 발표해 최근 영장 기각은 이전 기준과 차이가 커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법관이 바뀌어서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맞대응했다.

검찰은 최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정유라씨, 박영수 특검 물병 투척자, KAI 전·현직 임원 3명, 양지회 전·현직 임원 등 주요 '적폐수사'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점에서 사안별로 신중히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여론의 힘을 빌려 압박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검찰은 영장 기각에 불복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어 향후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ch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9/14 11:2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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