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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하지 말고, 즐겁게"…손호철 '마이웨이' 부르며 고별강연

'트리플 비주류' 자처 손호철 교수 24년 교수직 마감

손호철 서강대 교수 퇴임 고별 강연
손호철 서강대 교수 퇴임 고별 강연(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다산관에서 은퇴 강연을 하고 있다. 2017.12.7 jk@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국내 대표적 진보 정치학자 손호철(65)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퇴임했다.

손 교수는 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다산관에서 퇴임 고별강연을 열고 300여명의 청중에게 "비겁하게 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인생에 왕도는 없다"며 "비겁하게 살아서 잘 되겠다는 보장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민이 있는 것은 욕심이 많아서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다른 것도 이뤄진다"고 당부했다.

그는 교수로서 마지막으로 서는 강단에서 도자기를 굽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원래 미대에 가고 싶었고 예술에 관심이 컸는데 정치학과에서 이상한 선배들을 만나 인생을 망쳤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을 던졌다.

이어 "감옥과 군대에 끌려갔다가 기자가 됐는데 갑자기 광주 5.18을 '폭도가 한 것'으로 쓰래서 제작을 거부하고 해직됐다"며 "전두환 덕분에 팔자에 없는 유학을 갔다. 저를 교수 만들어준 가장 고마운 사람이 전두환이고 그가 아니었으면 여러분을 못 봤을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끌어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 주류는 반공 우파, 비주류는 자유주의 민주화 세력"이라며 "비주류 내의 비주류는 진보이고 그중에서는 또 민족주의 진보가 주류세력이라 나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는 '비주류의 비주류의 비주류'였다"고 지난했던 세월을 술회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나는 (태어나기) 30년 전의 식민지 반봉건 시대나 30년 후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지 않은 '선택된 세대'"라며 "역설적이게도 저희 유신 세대가 가장 선택된 세대라는 것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큰 나무가 돼 그 밑에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고 떠나는 '식물적 죽음'을 맞고 싶었는데, 제가 성격이 못돼서 적을 많이 만들었다"면서 "제자들이 어디 가서 '손호철 제자'라고 하면 득보다 실을 많이 본다. 그늘이 아니라 가시가 된 것 같다"며 남기고 떠나는 제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손 교수는 평생을 천착한 마르크스주의 정치학과 한국에서는 왜 진보정당이 자리 잡지 못하는지에 대한 '한국예외주의'를 압축해 '마르크스주의, 한국예외주의, 시대의 유물론'을 주제로 강의한 다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네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마르크스주의자답게 여기서도 첫째로 '인간적인 것치고 우리와 무관한 것은 없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좌우명을 들었다.

손 교수는 "이는 '공동체성'에 대한 주장"이라며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하는 연대, 촛불처럼 함께 시대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그런 정신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으로 우파 최고의 사회학자로 꼽히는 막스 베버의 경구 '냉철한 머리, 따뜻한 가슴'을 말하며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요즘은 가슴이 따뜻하면 머리가 아예 뜨겁고, 머리가 냉철하면 가슴이 냉정한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엇보다 치열하게,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며 "한때 우리는 '(고문 경찰) 이근안이 고문하는 것보다 더 치열하게 열심히 운동했는가'라고 자문했다. 저는 정말 열심히, 30년을 100년같이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가장 큰 방점은 "즐겁게 살라"는 데 찍혔다. 손 교수는 "20세기 초 페미니스트 엠마 골드만은 '내가 춤출 수 없으면 그건 혁명이 아니다'고 했다"며 "덜 일 하고, 덜 생산하고, 덜 부유하지만 자기의 삶을 즐기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준비한 강연을 끝낸 손 교수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명곡 '마이 웨이' 가사를 PPT로 보여주며 "무반주로 노래 부르는 것으로 강의를 마치겠다"면서는 독창을 시작했다.

1절 절정부가 끝나자 학생들이 박수를 치려 했지만, 손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2절로 넘어가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끝이 다가와, 마지막 장을 맞이한다'는 뜻의 첫 부분으로 시작한 손 교수의 노래는 반주 없이도 꿋꿋하게 끝까지 이어졌고, 그는 살짝 개사한 가사로 1994년 이래 24년간 이어진 교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것이 '손(호철)의 길'(Sonn's way)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j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2/07 16: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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