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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부모가 날 버렸어요"…영아 유기 갈수록 증가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구에서 23세 A씨가 아기 시신을 수건에 싸 골목길에 유기했다. A씨는 집에서 혼자 아기를 낳은 뒤 아기가 숨지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기가 죽어 어찌할 줄 몰라서 버렸다"고 진술했다.

비슷한 일은 7개월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6월 경기 안산에서 25세 B씨가 생후 2개월 된 아들이 숨지자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당시 B씨는 유아용품을 사러 다니다 품에 안은 아기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두고 떠나거나 숨진 아이를 몰래 버리는 영아 유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경제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10~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0~20대 미혼모 5천292명…영아 유기 사건도 증가

미혼모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은 여성을 의미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관련 전문가 의견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가 향후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에 동의하는 비율이 90.6%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20대 미혼모는 전체 미혼모(2만4천 명)의 약 22%인 5천292명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20세 미만 미혼모는 350명, 20~24세는 1천929명, 25~29세는 3천13명이다.

미혼모 현황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통계청 공식 통계에 관련 내용이 들어간 건 2015년 인구총조사부터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길 꺼리는 미혼모의 특성상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신의 아이를 버리는 미혼모는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영아유기 사건은 2011~2016년 718건에 달했다.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경우는 같은 기간 1천5건을 기록했다.

베이비박스는 아기의 안전을 위해 서울시 관악구의 한 교회가 2009년 12월 건물 벽에 설치한 시설물을 말한다. 박스 안에 아기가 들어오면 벨이 울려, 아이를 곧바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다.

◇유기는 늘고, 입양은 줄고…"미혼모 낙인 두려워"

젊은층이 영아 유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2012년 8월 아기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개정 입양 특례법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개정된 입양 특례법은 아기를 입양 보낼 때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도록 한다. 미혼모 입장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자녀 출생기록이 남는다는 점을 우려해 극단적으로 아기를 유기한다는 것이다.

베이비 박스의 모습
베이비 박스의 모습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펴낸 보고서 '베이비박스 아동 실태 및 돌봄지원 방안'(2015)을 보면 출생신고의 어려움과 혼외자라는 위치가 입양을 꺼리는 이유로 조사됐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입양된 아동은 1천57명으로 2011년 2천464명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2 입양특례법 시행 이듬해인 2013년엔 922명까지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입양 보내면 혼외자를 낳았다는 낙인이 각종 문서에 남는 걸 우려해 아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범죄"라며 "만약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혼모 위한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영아 유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혼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 시스템과 그들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미혼모는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미혼모 양육 및 자립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모 46%가 부채를 안고 있었다. 월평균 총소득은 78만 5천 원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 월세 등 주거형태가 불안정했다.

부정적인 인식도 문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관련 분야 전문가 53명을 조사한 결과, 94.3%가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다. 차별이 없다고 인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제도적으로 이들을 촘촘히 보호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전망이 만들어져야 영아 유기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13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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