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누구나 한 번쯤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 같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상상하곤 한다. 예를 들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옛일을 되돌리고 싶거나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가 몹시 그리울 때면 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의 한 장면에 자신이 있는 꿈을 꾸는 것처럼.

[공읽남] 상처 입은 이를 위해…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 [통통영상][https://youtu.be/ZPlmGfT8Tks]

이런 상상력을 무대 위로 펼쳐낸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이 지난 10일 무대에 올랐다.

김승철 연출의 자전적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2016 창작산실'에서 희곡 우수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중년들에게 친숙할 듯하다. 중년 남성 '진구'는 아내와 함께 20년 만에 고향 집을 찾는다. 재개발을 앞두고 헐리게 될 고향 집은 옛 모습 그대로다. 한옥을 개량해 만든 고즈넉한 집에는 툇마루와 작은 연못이 있다. 진구는 마당에 볕이 들면 툇마루에 누워 낮잠을 자곤 했다.

아내가 죽은 형을 위해 꽃을 사러 간 사이 진구에게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방문을 벌컥 열고 자신을 반긴다. 이내 고무대야를 머리에 인 그의 어머니가 등장하고, 건넛방에 세를 살던 버스안내원 '찬숙'은 출근길에 오른다. 갓 스무 살이 된 진구는 술에 덜 깬 얼굴로 방문을 나선다. 청년 진구와 조우한 중년의 진구는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30년 전 자신의 과거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년의 진구는 이런 상황을 당황해하면서도 가족들의 삶을 엿보면서 맞장구친다. 유쾌하고 정겨운 풍경도 잠시, 진구는 가슴 속 깊숙이 감추어뒀던 상처들을 떠올리며 가슴을 친다.

진구는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형과 함께 살았다. 건넛방에는 자매인 '찬숙'과 '현숙'이, 아랫방에는 술집 작부 '정양'이 세를 들었다. 유년기 진구는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군인 출신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할머니는 아들을 대신해 김밥을 팔아 가계를 이끌었다. 집안의 희망이었던 형은 1979년 신군부 퇴진을 요구하며 독재정권에 맞서다 목숨을 잃었다.

찬숙과 정양의 삶은 비루했다. 찬숙은 동생을 위해 삶을 희생하고, 17살에 고향을 떠나 술집을 전전하던 정양은 몹쓸 병에 걸려 죽고 만다. 죽은 정양의 유품이라곤 헌 속옷 몇 벌과 싸구려 화장품뿐. 돈은 버는 족족 시골에 병든 노모와 동생들에게 전해졌다.

한 편의 수묵화 같은 작품은 1970~1980년대 격동의 시기를 살아온 민초들의 힘겨운 삶을 통해 시대적 애환과 아픔으로 담았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툇마루 집' 사람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위로하며 아픔을 나눈다. 그런 면에서 툇마루 집은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정(情)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 된다.

80년대 가옥을 갖다놓은 듯한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무대와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중년의 '진구' 역에 배우 이대연과 장용철이 출연한다. 이밖에 강애심, 이경성, 김성일, 김현중, 구선화, 박시내, 송현섭, 김보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14 18: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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