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xpOGOGL6gY]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창의력이 돋보이는 구성을 만났을 때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배우들이 가세하면 영화는 더욱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김준성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채택했습니다.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설경구, 고수, 천호진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등장한 예고편만으로도 한껏 기대를 갖게 됩니다.

'루시드 드림' [뉴 제공]

주인공인 대호(고수)는 대기업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다수 생산한 열혈 기자입니다. 계속되는 재계 권력층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이지만, 고액의 손해배상소송에서 패배하면서 기자직을 내려놓고 퇴사하게 됩니다.

대호에게는 아내 없이 홀로 키워 온 어린 아들, 민우(김강훈)가 있습니다. 무직이 된 대호는 그간 여동생이 돌봐주던 민우를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아들을 회전목마에 태우고 라인 밖에서 기다리다가 아들이 없어졌음을 알아차리고 찾아 나서려는 순간, 다리에 박힌 마취 바늘을 발견합니다. 서서히 흐려지는 의식 속에 아들을 데려가는 납치범의 뒷모습이 점멸합니다.

'루시드 드림' [뉴 제공]

민우가 실종된 지 3년이 지나도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않죠. 몰라보게 수척해진 대호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루시드 드림'이라는 외국의 신경정신계 치료법을 알게 됩니다. '자각몽'이라는 뜻의 루시드 드림은 기계와 약물로 자신의 기억을 꿈의 형태로 불러내 그 안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대호는 안면이 있는 신경정신과 여의사인 소현(강혜정)에게 부탁해 루시드 드림을 통해 유괴사건이 발생한 날의 기억으로 들어가면서 스토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루시드 드림' [뉴 제공]

시사회 직후 김준성 감독은 '루시드 드림'이 '믿음'에 대한 영화라고 했습니다. 아들 민우가 살아있고 재회할 수 있다고 믿는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가 이 영화의 근간입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새로운 소재에 너무 매진한 듯 보입니다. 주인공이 자각몽에 관한 정보를 접한 이후부터는 관객의 모든 주의를 이 신비로운 장치로 내몰아버립니다.

대호가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루시드 드림에 망설임이나 의문을 전혀 보이지 않아 심리묘사 면에서 부자연스러웠고, 여의사 소현의 경우 부작용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루시드 드림을 대호에게 너무 쉽게 사용합니다. 심지어 대호라는 사나이가 나타나 루시드 드림을 요구할 것을 예측하기라도 했는지, 소현의 병원에는 루시드 드림을 위한 특수 기기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소현은 자신의 환자인 대기업 총수의 진료정보까지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호에게 제공합니다. 대규모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소현은 의료윤리에 무지한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루시드 드림' [뉴 제공]

'루시드 드림'의 최대 미스터리 인물인 '디스맨'(박유천)의 존재도 뜬금없습니다. 세상만사에 무심한 그가 아무런 사유나 이득도 없이 목숨을 걸고 대호를 도와준다는 설정은 관객이 납득하기 힘든 요소입니다.

극 후반부에 대호가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서 무너지는 빌딩에서 스위치를 잡으려고 고민 없이 고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아마도 '루시드 드림'의 가장 억지스러운 전개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자각몽이라는 신비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감독의 심취를 관객에게 어필하려는 것 같습니다. 자각몽은 하나의 소재, 혹은 하나의 시작점에 불과한데, 오히려 연출자의 시야를 차단하는 암막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시나리오가 무너지면서 그 위에 얹은 연기와 감정선도 덩달아 소실된 느낌입니다.

무엇이 김준성 감독을 이렇게 몰아붙였을까요. 시놉시스의 창의성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연출과 구성에 충분한 시간과 주의를 안배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소재의 신선함에 이끌려 작품을 고른 연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도와달라'고 인사한 한 배우의 말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16 16: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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