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P5Cf-IYQ9n4]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 왜 난리를 치는 거야."

제67회 베를린영화제 장편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예의 그렇듯 홍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주된 소재라는 느낌을 물씬 주는 영화다.

영화에서 유부남 영화감독(문성근 역)과 불륜에 빠졌던 배우 영희(김민희 분)는 독일 함부르크로 여행을 떠나 공원을 산책하고 독일인 가정에 초대받아 더러 식사도 하는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영희는 자신이 '언니'라고 부르는 한 이혼녀와 "독일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이라는 함부르크의 조용한 마을에서 지내고서 강릉으로 돌아온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라고 함부르크에서 다짐한 영희의 강릉 여정은 지인들이 보여주는 깊은 포용과 따뜻한 시선의 축복 같은 것이기도 하다.

영희가 불륜을 저질러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견디어야 했던 것을 아는 남자 선배(극중 '명수'. 권해효 분)는 "자기들(비난하는 이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들을 해대면서 왜 그렇게들 난리를 치느냐"라고 말한다.

베를린영화제 동반 참석한 홍상수·김민희[베를린=연합뉴스]
베를린영화제 동반 참석한 홍상수·김민희[베를린=연합뉴스]

여배우 송선미가 역할 한 '준희'도 "할 일들이 없어서 그런다"며 명수를 거든다. 그녀는 영희에게 더 예뻐졌다며 "잘 돌아왔다"라고 환대한다. 영희의 일을 곁에서 도와주면서 평생 같이하고 싶다며 서로 '술자리'에서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젠더'의 문제를 건드리는 장면으로도 이해되지만, 영화는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영희는 홍 감독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술자리 장면 등에서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람처럼 듣기 거북한 독설을 지인들에게 품어댄다.

"남자들은 다 병신같아"라거나 "원하는 것이 다 똑같아. 남자들은"이라는 말은 영희와 지인과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한 '욕구'와 '욕망' 같은 단어와 오버랩된다.

"사랑받을 자격 없다"라고 술주정하듯 지껄이고 "다들 추한 짓들을 해서"라고 동석한 지인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강릉에 있는 선배 등 지인들의 인심은 그런 말을 잘 참아주는 것에서 인상적이다.

그들은 인생살이가 가장 얇아 보이는 영희에게 '함부르크에서 사랑을 찾아서 왔니'라는 묻고 그녀에게서 "사랑이 어디 있어요. 그런 게 있어야 찾기라도 하지요"라는 당돌한 반문까지 받지만 대수롭지 않게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상대방에 따라 가소로움이 느껴질 법도 한 이야기들을 잔뜩 쏟아내는 영희에게 준희는 기꺼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잘 논다, 우리"라고 말하고는 분위기를 녹인다. 이 컷에 이어 붙는 키스신은 그래서 자연스럽다고도 보겠다.

[https://youtu.be/8A_ActYNm84]

강릉에서 조우한 유부남 영화감독이 영희와 마주한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술자리다.

영희가 요새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감독은 "너무 힘들어서 이제 안 하려고(사랑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한다. 만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지루하지 않으냐는 도발에도 "소재가 중요한 것은 아니야"라고 맞받는다.

이 감독이 바로 홍상수 자신인 것은 아닐까?

홍상수-김민희의 불륜 논란을 아는 관객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연상이 자연스럽지만 홍 감독은 정작 "자(서)전적인 영화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손사래 친다.

감독을 연기한 문성근은 내쳐 "괴물이 되는 것 같다"고 울부짖듯 말한다. 자기가 한 일들에 대해 "매일같이 후회해. 지긋지긋하게 후회해"라고 하는 감독에게 영희는 "후회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라고 쏘아붙인다.

감독은 그러나, 자기 뜻대로 살다가 죽겠다는 영희와 정확히 똑같은 '결의'의 언명을 곁들인다. "계속 후회하면서 죽겠다"고.

통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감독을 바라보는 영희의 태도는 무덤덤하게 보인다. 그러나 유부남 영화감독과 미혼 여배우의 해후는 사실 없었다. 두 사람의 술자리는 강릉 '밤의 해변에서 혼자' 누워 있으면서 꾼 영희의 꿈이어서다.

함부르크 체류가 '1'로 처리되고 강릉의 일상이 '2'로 분류된 러닝 타임 101분의 영화는 홍 감독의 지론처럼 이제는 관객의 것이 되었다. 누구라도 보이는대로, 느껴지는대로 보며 느끼면 그만이다.

un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16 23: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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