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이제 1m 왔다…달달한 로맨스 연기 해보고싶어"

[https://youtu.be/zs4fr3_7vcQ]

(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지승현을 '어떤 배우'라고 설명하기는 이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 월계수)을 통해 이제 막 존재감을 알린 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승현이 맡은 배역들은 하필이면 사연이 많다. 태후에서 초코파이를 먹던 새카만 북한군. 월계수에서 신장을 떼줬다고 거짓말하는 건달. 많은 시청자에게 지승현은 굴곡진 삶과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배우 지승현

월계수의 종영을 앞두고 지승현을 만났다. 홍기표 역으로 주말마다 드라마 팬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 장본인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나연실(조윤희)을 꿋꿋하게 사랑하는 순정과 극단적인 집착, 그리고 분노를 모두 한 인물에게서 목격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당초 홍기표라는 역을 받아들었을 때 지승현에게 주어진 것은 배역에 관한 시놉시스뿐이었다. 지승현은 "여주인공을 사랑하다가 감옥에 가고, 괴롭히다가 나중에 이제 보내준다는 큰 틀만 듣고 배역을 시작하게 됐다"며 "순애보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홍기표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길을 선택했다. 지승현은 한 댓글을 기억했다.

"이런 댓글을 봤어요. 태후에서 초코파이값을 갚았다면 월계수에서 이동진(이동건)에게 한 잔 얻어먹은 소줏값을 갚았다고. (홍기표는) 극이 아름답게 될 수 있도록 나연실을 잘 떠나보내 줍니다. 근데 뭐하러 떠날까요(웃음)."

인터뷰하기 위해 초대한 자리였는데 어느 순간 성토의 장이 돼 버렸다. 지승현을 감싸고 있는 '센 이미지'가 대화의 주제가 되면서다. "아니 제가 사실 따뜻한 사람이거든요." 그는 로맨스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배역은 사실 가리거나 그런 것이 아니에요. 진짜 사랑하고 달달하게 하는 것을 못해봤거든요. 다음 작품에서는 한번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배우 지승현

지승현은 깜짝 스타가 아니다. 그는 2007년 드라마 히트로 데뷔했다. 형사역을 맡은 마동석을 부르는 '김 형사님!', 이 한 마디가 전부였다. 2009년 영화 '바람'에서 일진 김정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0년, 지승현은 쉬지 않고 달렸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 굉장히 많은 드라마에 제가 나왔을 거에요. 한 회도 아니고 한 신만 나오는 역할이 많았죠."

결코 짧지 않았던 무명의 그늘에서 이제야 벗어났다. "제가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고 묻자 또다시 '운이 맞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승현은 "배우가 배역이나 작품을 맡는 것은 선택돼야 하는 부분이 크다"며 "운이 따라주면 많은 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승현은 3월에 개봉하는 영화 '보통사람'에서 어수룩한 20대 형사를 연기했다. "제가 고향이 안동인데 안동 사투리로 처음 연기를 해봤어요. 어리바리한 신입 형사의 모습이 지금까지 봐왔던 제 다른 배역과 조금 다른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고 재밌을 것 같아요."

인터뷰 동안 지승현의 말과 표정에서 조급함이란 발견할 수 없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배우로 사는 삶을 100m 달리기에 비유했을 때 어디쯤 온 것 같으냐고 물으니 답이 겨우 '1m'다.

배우 지승현

"1m는 너무 짧았나? (웃음) 한걸음으로 할까요? 이제야 좀 꾸준하게 치고 달려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 같아요. 아직 제가 많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한걸음 디뎠으니까 이제부터 좀 꾸준하게 치고 달려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열심히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승현은 꽃길만 바라지 않는다. "단역, 조연, 주연 가리지 않겠다"며 여전히 신발 끈을 조인다. 비포장도로를 걷는 것도, 비탈길을 오르는 것도 그에게는 모두 '전진'이다. 꾸준함이 빛을 발하는 걸까. 인터뷰 후 지승현이 저예산 영화 '퍼즐'에서 주인공 정도준 역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의 첫 주연이다.

balm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25 08: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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