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코치겸 해설위원 변신…"보석같은 후배들 있어 든든해"

[https://youtu.be/TY5x4zQ0f7U]

(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지난달 25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피겨 싱글에서 최다빈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 역사상 아시안게임 첫 금이다. 알고 보니 '피겨 좀 안다'하는 이들은 최 선수의 금메달을 이미 예상했다고. 성실하게 기량을 다지며 성장해온 '김연아 키즈'들에 대한 자신감이다.

"엔트리를 보고 아는 사람들은 최 선수가 금메달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선수도 너무 잘해줬고요."

피겨 코치이자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는 곽민정(24)을 만났다. 올 초 최연소 해설위원으로 처음 마이크를 잡은 그는 아시안게임에서도 해설 석에서 최 선수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내가 해설한 경기에서 금메달이 나오니 신기했다. 첫 국제시합 해설이었다"며 "좋은 결과를 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고 최 선수의 선전을 반겼다.

곽민정 피겨 해설위원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지 6년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곽민정을 이야기할 때 밴쿠버 링크 장을 누비던 16살 '피겨 공주'를 떠올린다. 곽민정이 선수생활을 접은 지 벌써 3년째다.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곽민정이 해설위원으로 나타났을 때, 낯섦과 반가운 마음이 교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제가 은퇴를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은퇴를 공식적으로 알린 것은 아니었다. 15년 동안 이어졌던 선수생활의 끝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잔 부상을 달고 살았어요. 더 아파지고 시합도 힘들어지고. 대학교 3학년 때쯤 '아,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케이트를 벗었지만, 곽민정은 링크에 남았다. 은퇴 이튿날부터 바로 코치활동을 시작했다. 코치가 피겨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면, 그는 자신을 위한 선택으로 오늘날 '최연소 해설위원'이라는 수식을 자청했다. 곽민정은 "코치 생활은 나를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 해설위원을 제안받았다"고 했다.

곽민정 피겨 해설위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 어린 패기로 약간 막(?) 나가보자는 식으로 콘셉트를 잡았죠." 다행히 곽민정의 해설은 '콘셉트'를 잘 지켰다. "김예림 선수가 국내대회 프리에서 한 번 넘어진 적이 있어요. 그때 눈물이 막 나는 거에요. 말을 해야 하는데 눈물이 나서 10초 정도 말을 못했어요. 리얼하니까 재밌다는 분들도 있어서 다행이죠."

해설박스는 마냥 편하지 않았다. 링크 위의 '압박'을 공유하기는 힘들다. 곽민정은 "그래서 더 떨린다"고 했다. "점프를 뛰면 본인은 도약하는 순간에 성공 여부를 알거든요. 하지만 저는 보는 입장이라 (성공을) 가늠할 수 없어서 더 떨리죠. 실패했을 때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은 저도 선수만큼 커요."

곽민정이 내다보는 대한민국 피겨의 미래는 밝다. "피겨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기 힘든데 그걸 김연아 선수가 해준 거에요." 김연아가 한국 피겨의 위상을 높이는 동안 그 뒤를 열심히 따라온 피겨 기대주들이 이제 든든히 본인의 몫을 해내고 있다. 곽민정은 본인이 김연아와 기대주들 사이에 '살짝 걸쳐져 있다'고 표현했다.

"(김연아 선수) 뒤로 제가 살짝 걸쳤다가 박소연, 최다빈, 김해진 선수들이 또 그 뒤를 이었죠. 임은수, 김예림, 유영 등 어린 선수들도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잘해주고 있어요." 곽민정의 말을 빌리자면 하나같이 '보석 같은' 선수들이다.

곽민정 피겨 해설위원

곽민정은 언젠가는 선수들의 참모습이 빛을 볼 것이라고 믿었다. 최다빈 선수가 그 예다. 곽민정은 "최 선수는 계속 쭉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소위 '대박'이 없었다"며 "언젠가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아시안게임이 그 기회였다"고 했다. 그다음은 '중학생 3인방', 임은수, 김예림, 유영이다. 곽민정은 "이런 선수들이 한 명 나오기도 힘든데 어떻게 같은 시기에 세 명이나 나왔는지 신기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자 싱글의 기대주, 차준환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저는 (차 선수가) 갓난아기일 때부터 봤어요. 작은 아이가 제게 누나누나 하다가 이젠 저보다 더 커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놀랍죠. 앞으로 더 잘 타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곽민정의 바람은 피겨의 인기가 '평창'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평창이 끝나면 이 인기도 사그라질 거라고 생각돼요. 그런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제 역할이죠. 코치로서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을 꾸준히 하면서 방송과 해설을 통해서 피겨를 알릴 생각이에요. 더 인기종목이 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balm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02 17:2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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