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팬들과 맞서다보니 '뷰티 크리에이터'로 제2의 전성기

(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30년 동안 몰래 화장을 했다. 남자이기 때문에 숨겨야 했던 그만의 취미생활이었다.

"친구들은 신차 자랑하고 프라모델을 사서 SNS에 올리는 데… 나는 화장품밖에 자랑할 게 없는 거예요. 발색이 어떤지 이야기하고 싶은데 선뜻할 수가 없었어요." 코덕(화장품과 오타쿠의 합성어) '커밍아웃'은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겼다. 개그맨, DJ에 이어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겼다. "한결 마음이 편해요. 해방된 기분이랄까요." 요즘 '핫 한' 화장하는 남자, 김기수(43)를 만났다.

맨즈뷰티크리에이터로 변신한 화장하는 남자 김기수

김기수는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화장을 선보인다. 짙고 과감한 메이크업이 김기수의 트레이드 마크다. 포화상태의 뷰티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유튜브 채널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5만 5천명, 총조회수 약 300만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장은 '쳐발쳐발'하고 덕지덕지 발라서 발색을 보여주라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갈색 조금 발라놓고 '예쁘죠? 구독과 좋아요 부탁해요'하는 콘텐츠에 '좋아요'를 왜 누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요만큼 발라. 재미없잖아요."

화장은 예뻐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여기에 "화장은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해야 더 예뻐진다"고 했다. '한 듯 안 한 듯', '일상' 메이크업은 결코 선택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데이트한다고 일상적인 화장을 하고 나가면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더 많이 봐? 아니란 말이에요." 그는 '한 듯 안 한듯한 메이크업이 좋다'는 남자들의 말은 결국 '밥 한번 먹자!' 같이 스쳐 지나가는 말이라고 했다. "내가 예뻐 보여야지 그게 화장이지, 남들이 예뻐 보이는 화장을 하면 그건 쇼맨십밖에 안 되는 거에요. 여성분들 부디 본인이 예뻐 보이는 화장을 하세요."

봄날에 어울리는 오렌지메이크업을 선보이고 있는 김기수

화장하는 남자는 흔하지 않다. 가꾸는 남자들이 느는 추세지만 아직도 색조만큼은 여성의 전유물이다. 남성의 얼굴에 짙게 아이섀도를 바르고, 쉐딩으로 거침없이 턱을 '깎아내는' 모습을 대중에게 내놓는 것, 쉬운 결정이 아닐 터였다.

김기수가 화장하는 영상을 올린 계기는 안티팬의 공격 때문이었다. "메이크업을 한 채 디제잉을 하는 모습이 SNS에 올랐는데 댓글들이 너무 심한 거죠. 김기수 성전환 수술하고 디제잉 하네? 쟤네 엄마는 저러고 다니는 거 아나? 난리가 났어요. 집 밖에도 나가기 싫었어요."

다행히 친구와 팬들이 김기수의 '취미'를 응원했다. 첫 콘텐츠는 유튜브라는 전장에서 안티팬과 정면승부하기 위한 의도였다. "메이크업 영상을 올렸는데 안티들이 제 모습을 인정하기 시작한 거에요. 아이러니죠. 안티팬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으니까요." [https://youtu.be/W-a67Ej44ME]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보면 김기수에게는 이제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아픈 기억이 있다. 김기수는 개그맨, MC, 탤런트, 심지어 공연, 뮤지컬의 영역까지 종횡무진하며 만능엔터테이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에게 잊히는 연예인이 되는 기분을 모를 거예요." 그가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대법원 순회공연'은 연예인 김기수의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대법원 갔다 온 연예인은 끝이고 재생할 기회가 없고, '김기수 우리 프로그램 쓰지 마 저질 되니까'란 이야기까지도 들었어요. 너무 많이 들락날락해서 지겨웠던 방송국인데…."

맨즈뷰티크리에이터로 변신한 화장하는 남자 김기수

김기수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늘 '방송'이 목말랐다고 했다. 방송국에 너무 가고 싶어서 새벽에 집 앞에 있는 방송국 주위를 배회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김기수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뷰티 크리에이터 김기수를 많이 찾아주는 지금이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빨간불을 보며 뛰어놀아야 하는 '천상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날갯짓'을 하며 오늘날의 김기수를 있게 한 팬들에게 아낌없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과거에 머무를 뻔한 자신을 꼭 붙잡고 열심히 '날갯짓'을 해 준 팬들이다. 그래서 김기수는 팬들을 '꼬요'(꼬마요정의 줄임말)라고 부른다. 꼬요 이야기를 하자 고마운 마음에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꼬마요정님들의 날갯짓 덕분에 제가 많이 컸으니까 져버리지 않고…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꼬요님들 곁에 남을게요.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촬영·편집 : 김태호ㆍ전석우 기자)

balm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16 15:4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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