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함께 만들어진 괴물이 '베헤모스'라고 하다. 흉악하고 탐욕스럽다는 베헤모스의 형체는 알려진 바가 없다. 모습을 알 수 없는 괴물은 그래서 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올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 왔던 연극 '베헤모스'가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공연 중이다. 김태형 연출이 만든 작품은 2014년 KBS에서 방영된 단막극 '괴물'을 원작으로 한다. [공읽남] 연극 '베헤모스' …괴물을 삼킨 인간 [통통영상] [https://youtu.be/4GpGToLHSgY]

서울 도심 고급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20대 여성 '민아'. 피의자는 정계 진출을 앞둔 재력가의 아들 '태석'이다. 태석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고, 태석의 아버지는 변호사인 '이변'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이변은 태석을 무죄로 풀려나게 해주겠다며 자수를 권한다. 이변은 이번 사건을 '마약을 투여한 민아가 태석에게 칼을 휘둘렀고, 공포심을 느낀 태석이 우발적으로 벌인 살인사건'으로 조작한다.

절대 승산을 확신하던 이들의 계획은 정의감에 불타는 열혈 검사 '오검'이 나타나면서 뒤틀리기 시작한다. 오검은 각종 증거자료를 내밀며 태석을 압박한다. 이변과 태석은 그런 오검을 따돌리기 위해 더 치밀한 각본을 만들어내고 치열한 파워게임을 펼친다.

작품은 결말을 향할수록 흉악하고 잔혹한 반전을 거듭한다. 원작과 조금은 다른 결말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반전을 선사한다. 높아진 완성도는 관객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작품은 결말에 도달할수록 누가 살인을 했고, 그 비열한 진실이 밝혀질까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관객들은 돈과 권력 그리고 생존을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문제를 돈으로 수습하려는 재벌 2세 태석과 돈을 위해서라면 잔혹한 살인도 서슴없는 냉혈인간 이변의 모습은 현재 우리 현실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극이 전개될수록 다른 인물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 이변에 의해 동생을 잃은 오검은 복수심에 불타 괴물이 되어가고, 그의 정의는 욕망과 본능에 타락해져 간다. 오검에게 정의 구현이란 그저 복수극에 지나지 않았다. 살해된 민아 역시 태석의 돈을 노리고 술잔에 약을 타다 변을 당한다. 결국, 등장인물 모두가 욕망에 삼켜진 괴물, 베헤모스가 되고, 누가 거대한 사회권력과 구조 속에서 더 베헤모스스러운가를 두고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이는 결말을 맞는다.

작품은 돈과 권력 앞에서 누구 하나 다르지 않은 인간의 추악한 속물근성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극 중 이변이 던진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에서 관객들은 주춤하게 된다.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이며, 우리는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 씁쓸한 현실 앞에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김태형 연출은 "공연을 만들면서 느끼게 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인상을 공연에 녹여냈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남게 되는 건 피해자뿐. 피해자로서 아픔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세계관이 비관적이고 씁쓸하고 닫혀 있고 아프다"고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무대는 세련미가 돋보인다. 호텔 방과 조사실까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분할된 무대는 빠르고 끊김 없는 장면 전환을 선사한다. 호텔 방 앞에 설치된 스크린 영상은 사건 당일 장면과 태석의 머릿속에서 재현되는 장면을 동시에 보이면서 극의 사실감과 흥미를 더해준다.

흡입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군더더기 없는 연기는 실재 인물이 무대 위에 선 듯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멀티 역을 맡은 배우 권동호와 김히어라는 카멜레온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한다. 오검 역에 정원조, 김도현, 이변 역에 최대훈, 김찬호, 태석 역에 문성일, 이창엽이 번갈아 출연한다. 작품은 오는 4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17 14: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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