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힐링

[정주원의 무비부비☆] 영화 '어느날' 혹시..귀신?[https://youtu.be/GjQfnSd8qrc]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멋진 하루',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이 감성 드라마 '어느날'로 돌아왔습니다.

극 중 귀여운 소녀 혼령 '단미소'와 김남길의 심드렁한 '이강수'의 찰진 케미 장면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게 합니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며 들어갔다간 오산입니다. 관객의 눈물을 쏙 빼는 휴먼 드라마 연기에는 '판도라'의 김남길도, '해어화'의 천우희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눈물 장인'들이니까요.

영화 '어느 날'[오퍼스픽쳐스 제공]

영화를 다시 곱씹어보면, 생면 부지의 타인 간에 주고받는 따뜻한 위로가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죽음의 철학'이 숨겨져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추억은 각각 다르겠지요. 영화 '어느날'은 죽은 자를 보낼 때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나아가 남겨진 슬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를 한 편의 수채화같이 서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영화 '어느 날'[오퍼스픽쳐스 제공]

남주인공 '이강수'는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하는 '나이롱 환자'들을 적발해내는 생명보험사 직원입니다. 불치병을 앓던 아내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후, 삶의 의욕을 잃고 기계처럼 출퇴근을 반복합니다.

어느 날 회사 고위 간부의 특별 지시로 사건 하나를 떠맡게 됩니다. 교통사고 후 식물인간 상태로 장기입원 중인 '단미소'라는 여성 시각장애인의 법정대리인을 만나 합의서에 사인을 받아오라는 내용입니다.

영화 '어느 날'[오퍼스픽쳐스 제공]

강수는 병원에서 하늘색 스웨터를 입은 한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이 소녀는 자신이 미소라고 주장합니다. 의식을 잃은 동안은 이렇게 유체이탈 상태로 돌아다닐 수 있는데, 혼령인 동안만큼은 정상 시력을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유체이탈의 원인이나 오직 강수만이 미소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의문입니다. 죽은 아내의 모습과 미소가 겹쳐 보인 까닭일까요. 강수는 교통사고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강원도 고성으로 떠납니다.

영화 '어느 날'[오퍼스픽쳐스 제공]

언론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배우 김남길은 '어느날'을 두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영화"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떠나갈 사람을 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가로수 사이로 눈처럼 내리는 벚꽃잎은 삶의 기쁨을 표현합니다. 혼령 상태인 미소는 손을 뻗어 떨어지는 벚꽃잎을 받으려 하지만, 꽃잎은 그대로 관통해 땅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처마 밑으로 영롱하게 맺힌 빗방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어느 날'[오퍼스픽쳐스 제공]

반대로 서울의 병원 옥상에서 바라보는 연보랏빛 석양은 죽은 자들만이 향유하는 아름다움입니다. 바쁜 현대인은 오히려 볼 수 없는 광경이지요.

석양 속 미소의 스웨터가 하늘 색깔에 물드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녹아내리는 주황빛 해 역시 너무 아름다워 관객을 초조하게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바라본 삶이 이렇듯 아름다운 모습일까요.

영화 '어느 날'[오퍼스픽쳐스 제공]

이윤기 감독이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엔딩은 논란의 중심에 설지 모릅니다.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본가의 실명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가 놀랄 정도로 잘 드러나 있는 영화입니다. 미소 어머니의 막내딸이 던진 대사들을 들어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연인이나 가족들은 '죽음'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4월 5일 개봉.

영화 '어느 날'포스터 [오퍼스픽쳐스 제공]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01 15:2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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