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계절이다.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봄볕처럼 설렘 가득한 한 편의 뮤지컬이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올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만한 공연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뮤지컬 '오! 캐롤'(연출 한진섭)이다. 작품은 1세대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만들어진 쇼 뮤지컬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초연됐다. [공읽남] 뮤지컬 '오! 캐롤'…이만한 봄 공연 없네 [https://youtu.be/g5FGe_LMXjM]

좀 더 새로워진 작품은 1960년대 미국 플로리다의 한 리조트를 배경으로 한다. 결혼식 당일 신랑이 나타나지 않아 결혼을 못 한 '마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단짝 친구 '로이스'는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파라다이스 리조트'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리조트를 찾아온 그녀들 앞에 리조트 간판스타 가수 '델'과 리조트 직원이자 작곡가인 '게이브'가 나타나면서 좌충우돌 소동이 벌어진다. 바람둥이 델은 잘생긴 외모와 말솜씨로 마지의 마음을 빼앗으려 한다. 마지는 자신과 델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 사이 로이스와 게이브도 인연을 쌓는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게이브는 당차고 활기찬 로이스를 만나면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파라다이스 리조트에는 이들보다 더 애잔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리조트의 사장 '에스더'와 그녀의 오랜 친구 '허비'가 그 주인공이다. 파라다이스의 간판 MC 허비는 20년 동안 에스더를 짝사랑해왔다. 하지만 에스더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 휴가지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작품은 시작부터 화려한 무대와 노래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엮은 음악은 시종일관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한다. CF나 영화 OST로 많이 쓰여온 닐 세다카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부르게 된다. 뮤지컬 타이틀과도 같은 'Oh! Carol'과 'You Mean Everything to Me' 등은 달콤하고 감성적인 음색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특히 'Calendar Girl' 노래에서는 예쁜 아가씨로 분장한 남자 배우들의 코믹한 각선미 쇼가 펼쳐져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무대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노래는 최정원(에스더)의 'One Way Ticket'이다. '뮤지컬계의 디바'로 불리는 최정원의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와 무대는 공연 후에도 귀에서 맴도는 듯 착각을 일으키며 흥얼거리게 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1960년대 유행을 고스란히 담은 복고풍 의상도 공연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초록색 반짝이 의상부터 강렬한 원색의 원피스까지, 형형색색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의상은 유명 패션쇼에 온 듯 흥미를 자극한다.

국내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의 연기력은 하나같이 일품이다. 최정원과 남경주(허비)는 리조트의 운영자이자 MC로서 노련하고 재치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특히 젊은 배우 못지않은 역동적인 안무와 노래는 관객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반대로 서경수, 김승대, 오진영, 린지 등 젊은 배우들은 조금은 올드한 공연을 신세대 버전으로 바꿔놓았다. 여기에 앙상블 배우들의 유쾌하고 코믹한 군무는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한진섭 연출은 "오 캐롤은 '거창한 작품', 거의 창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미국 원작에서 음악만 가져왔고, 대본은 새로운 작품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여러 번 각색했다는 의미이다. 한 연출은 그러면서 "온 가족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먹을 수 있는 담백한 집밥을 마련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5월 8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18 18:2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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