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H48AhweiPNI]

(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다들 이름만 듣고 한국사람인 줄 알아요."

본명은 안나(Anna Rihlmann)다. 여기에 한국에서 함께 지내는 가족의 성을 따라 윤안나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한국식 이름에 유창한 한국말을 하지만 그는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독일인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 윤안나는 최근 미국 장로교 선정 '위대한 여선교사 7인'에 선정된 '파란 눈의 선교사' 서서평(Elizabeth J. Shepping)을 연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한국에서 외국인 배우의 한계를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열심히 버티고 잘해야죠." 연극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묵묵히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배우 윤안나(25)를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서서평 역의 배우 윤안나

지난달 26일 개봉한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한국의 테레사'라고 불리는 독일계 미국인 선교사 서서평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배우 하정우가 재능기부로 내레이션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윤안나는 서서평이 한국에 온 20대부터 병으로 삶을 마감한 50대까지를 모두 연기했다.

"40대, 50대를 연기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특히나 서서평 선교사님이 50대 때 아프셔서 몸도 많이 변해야 했어요. 분장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인상이나 몸 자세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많이 고민했어요."

윤안나는 처음 오디션 때부터 서서평과 똑 닮은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서서평 역을 맡기 위해 오디션 당시 일부러 머리스타일도 서서평과 비슷하게 하고 갔다며 웃었다. "제가 생각해도 (역할과 제가) 잘 맞아요. 서서평 선교사님도 독일에서 태어났고 한국으로 왔잖아요.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이 역할에 제가 잘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한 장면

처음엔 존경받는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주인공은 서서평 선교사이지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제 역할은 서서평 선교사가 다시 살아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지 배우로서 누구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서서평 선교사라는 실재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개인적으로 주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안나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은 2009년이다. 당시 교회 방문으로 한국을 찾았고, 이후 교환학생과 인턴십을 위해 종종 머물렀다. 그리고 3년 전, 배우가 되기 위해 한국에 정착했다. 현재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왜 한국까지 왔느냐?'. 윤안나가 사람들에게 수없이 받는 질문이다. 심지어 스스로도 '나는 왜 한국에 왔을까'란 질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 느낌이 있었어요. 제가 뭔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냥 느꼈어요. 아직 정확하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요(웃음)."

독일인 배우 윤안나

이제는 사람들이 길을 물어봐도 태연하게 가르쳐줄 정도로 한국사회에 적응됐다. 하지만 외국인이기에 받아야 하는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는 "유럽에서 왔고 백인이기 때문에 그나마 나를 좋게 대해주시는 것에는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주위 친구들을 보면 아직 한국사회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윤안나는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했던 조선 시대,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서서평을 연기하면서 또 다른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을 통해 다른 문화에 좀 더 개방적인 한국사회를 만들고 싶은 바람에서다.

"서서평 선교사님도 남성우월주의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셨잖아요. 저도 다른 시선을 계속 느끼지만, 거기에 포기하고 실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조금이라도 바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어요."

윤안나는 오는 5월 23일부터 6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연극 '생각은 자유'를 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생각은 자유에서 그는 독일어와 한국어로 연기한다.

배우 윤안나

외국어인 한국어로 연기하는 것은 그에게 도전이다.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수없이 벽에 부딪혔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대사를 신경 쓰다 보니 감정표현이 소홀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발음도 잘 안 되고, 상대 배우와 연기를 할 때 대사 압박을 느끼니까 표현을 잘 못 했어요. 그때마다 주위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줬어요. 연기에는 감정이라는 언어도 있잖아요. 물론 아직도 대사를 틀리면 당황하고 그래요."

그는 한국에 계속 머물며 배우로서, 더 나아가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계획이다. 언젠가 한국에서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날을 꿈꾸며 시나리오 작업도 틈틈이 하고 있다.

"요즘은 그냥 배우, 여배우 그런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면 저도 직접 글을 쓰고 연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도 준비도 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연극무대에서도 활동할 거고, 좋은 사람들과 계속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촬영 : 전석우 기자)

balm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04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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