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wMFblsMycw]

(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서울 이태원 꼼데가르송 거리에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만나게 되는 한적한 동네, 그 초입의 한 빌딩 지하에 자리한 최병철펜싱클럽을 찾았다. "다들 커피를 팔라고 하는데 그러면 안되고요(웃음)." 마치 카페에 온 듯 따뜻한 느낌의 응접실, 그리고 깔끔하고 세련된 화이트톤의 훈련장은 2012 런던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최병철 해설위원이 제2의 펜싱인생을 시작한 공간이다.

"은퇴하고 펜싱클럽 오픈하는 데만 신경을 썼어요. 인테리어 하는 분들이랑 싸우기도 하면서." 지난해 12월, 은퇴를 선언한 최 위원은 올해 초 한남동에 펜싱클럽을 열었다. 유망주 육성, 펜싱의 대중화라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펜싱계의 맏형'으로서 새로운 한 걸음을 뗀 최병철 KBS 해설위원(36)을 한남동 최병철펜싱클럽에서 만났다.

한남동 최병철펜싱클럽에서 만난 최병철 해설위원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에서는 펜싱을 배우는 곳을 모두 '클럽'이라고 부른다. 최 위원이 펜싱클럽을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3년여 전이다. "우리나라는 펜싱을 시작하는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좀 늦어요. 좀 더 일찍 펜싱을 접하게 한 다음 미래의 국가대표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죠."

국제경기에 나갈 때면 어린 나이부터 펜싱을 접한 타국 선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싱가포르 세계 올스타팀 경기에 초청됐을 당시에는 겨우 열 살이 넘은 싱가포르, 홍콩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하는 거에요. 조만간 잡히겠는데? 이런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어요."

시간이 흘러 유망주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상황은 최 위원이 예상한 대로 흘렀다. 전통적인 펜싱 강국이었던 한·중·일의 명성을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타 아시아 국가들이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펜싱을 배운 친구들의 '블레이드 센스(blade sense·칼 센스)'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걸 우리나라는 흔히 이야기하는 발 펜싱으로 커버를 했는데, 외국 선수들이 그것마저도 파악하기 시작한 거죠."

최병철 펜싱 해설위원 [출처=최병철펜싱클럽 홈페이지]

그는 15살 때 처음 펜싱 칼을 잡았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12년을 뛰었다. 최병철과 펜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단어가 됐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실력과 무관하게 학연, 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본 적도 있었다.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중, 최 위원은 때마침 한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선수로 뛰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남았고, 대한민국 펜싱의 미래를 위한 삶을 선택했다. 당시, 왜 귀화요청에 응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최 위원은 '애국심 때문'이라고 답했다.

"(들으면) 오그라들 수 있는데 저는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해요. 진짜로. 그래도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대한민국에서 나를 서포트 해줬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늘 태극기를 달고 경기를 뛰었는데 지금 당장 감정이 상한다고 귀화를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은퇴를 하고서도 다시 펜싱계에 남은 것, 펜싱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최 위원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최병철 해설위원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한국 펜싱의 현주소를 물었다. 박상영이라는 스포츠 스타를 탄생시킨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펜싱에서 금 하나, 은 하나를 얻었다. 의미 있는 성적이지만 펜싱 전 종목에서 메달이 나왔던 직전 런던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아쉽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대해 최 위원은 "리우 때 성적도 저조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강하게 말하면 그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펜싱은) 너무 운동량에만 치우쳐 있어요." '은퇴'를 했기 때문에 이제야 말할 수 있다'며 운을 뗀 최 위원은 '심리 훈련'의 부재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펜싱은 상대방과 겨루는 종목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이 영향을 많이 미치거든요. 물론 노력도 필요하고 운동량도 필요하죠. 하지만 그 외에도 중요한 부분이 많거든요.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자신의 경기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최병철 해설위원에게 펜싱의 기본자세와 스텝을 배워보았다.

프랑스에서는 펜싱 경기가 열리면 관중석이 가득 찬다. 관전하러 온 가족 단위의 관객도 많다. 더 많은 사람이 펜싱을 하고 즐기는 것, 최 위원이 바라는 펜싱의 미래도 바로 이런 모습이다. 펜싱이 비싸서 부담스러운 스포츠라는 편견도 깨고 싶다. 실제 클럽을 찾는 수강생 중에는 '생각보다 수강료가 비싸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고.

"막대기를 쥐면 상대방과 '땅땅' 칼싸움을 하고 싶어지잖아요. 그것과 같이 펜싱이 격식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좀 배워서 칼싸움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펜싱을 더 많은 사람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최 위원은 누구나 펜싱을 즐기면서 펜싱이 단지 귀족스포츠가 아닌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묵묵히 한국 펜싱의 미래를 위해 걸어갈 계획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펜싱을 가지고 은퇴를 하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제일 감사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나라 펜싱의 저변을 확대하고,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계획입니다." (촬영 : 전석우 기자)

balm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11 18: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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