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일제 강점기 일본 경찰과 총격을 벌이다 숨진 독립운동가 김상옥의 삶을 그린 연극 '불량청년'(연출 이해성)이 공연 중이다. 지난 2015년 초연된 작품은 21세기 청년이 시간 여행을 통해 김상옥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연은 2017년 촛불시위가 한창인 광화문 광장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학자금 대출 이자와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묻혀 사는 청년실업자 '김상복'이 주인공이다. 상복은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독립운동가 '김상옥' 의사의 동상 알바를 하던 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다. [공읽남] '잉여와 독립군의 만남'…연극 '불량청년' [통통TV][https://youtu.be/d23eIB4PdqQ]

상복이 깬 곳은 엉뚱하게도 1921년 경성. 상복을 독립군 김상옥으로 착각한 일본 경찰은 그는 끌고가 고문한다. 고문 도중 의열단원에 의해 구출된 상복은 진짜 김상옥을 만나게 되고, 상옥의 권유로 의열단에 합류하게 된다. 상복은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의열단의 최후를 알고 있는 상복은 심경이 괴롭다. 상옥의 죽음만큼은 막고 싶었던 상복은 그를 설득하려 한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을까.

1920년대 제국주의의 야욕이 극에 달하던 시절, 나라의 주권을 되찾고자 몸을 던진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고 애잔해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 좋은 소재다. 하지만 연극 '불량청년'은 조금 다르다. 화기애애하다가도 임팩트 있는 한 방으로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대사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있고 행동은 무게감이 있다. 작품은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진지해야 할 상황에서는 힘을 줄 줄 안다.

다소 엉뚱하고 코믹한 캐릭터 상복은 독립운동과 의열단이란 역사적인 무게감을 덜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심한 취업난에 결혼까지 포기한 'N포세대' 상복은 학자금 대출 이자는커녕 당장 낼 월세조차 없는 전형적인 청년실업자다.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게 삶의 목표인 상복은 조국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의열단 청년들의 삶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들의 배를 곪아가며 무기를 사고 동지의 죽음 앞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상옥과 의열단들의 행동은 상복에게는 그저 위선적인 모습일 뿐이다.

작품은 상옥과 상복의 모습을 통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상옥은 왜 죽을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하며, 상복은 왜 비루한 삶이라도 살아가려 하는가. 공연이 절정에 이를 때쯤 관객들은 서로 이질적인 두 청년의 삶이 실상은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내기 위해 현실과 싸우고 있다는 것. 관객들은 이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왜 살고 있는가'라는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야기 사이사이마다 등장하는 만요(漫謠)는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만요는 일제 강점기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음악 장르로 익살과 해학을 담은 일명 '코믹송'으로 불린다. 작품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스갯소리 같은 만요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한다. 만요에 맞춰 펼쳐지는 배우들의 유쾌한 춤사위도 극의 흥미를 더한다.

이해성 연출은 "초인이라는 건 위대한 사람이 아닌 우리가 잊고 있는 개인 속에 살아있는 본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하는 선택들이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30 스튜디오에서, 이달 17일부터 25일까지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08 16:5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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