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인생을 뒤바꿀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여기 한 번쯤은 꿈꿔왔을 법한, 하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연출 박소영)이다.

2016년 국내 초연된 작품은 미국 소설가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보육원 밖의 세상을 꿈꾸는 '제류샤'와 그녀를 후원하는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연 리뷰] '이런 사랑 해봤어요?'…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통통TV] [https://youtu.be/nco3c_Z3MtY]

뮤지컬로 선보이는 키다리 아저씨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보육원에 갇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소녀가 작품의 주인공 제루샤다. 유쾌한 성격에 글솜씨가 뛰어난 그녀는 늘 넓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런 제루샤에게 '스미스'라고 알려진 정체를 알 수 없는 후원자가 나타나 대학 공부를 후원해 주겠다고 한다. 단, 후원의 조건은 그의 정체를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한 달에 한 번 그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루샤는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별칭을 지어주고 매달 편지를 보내며 성장해 간다. 좌충우돌 대학 생활을 하던 제루샤는 룸메이트의 젊은 삼촌 '제르비스'를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제루샤와 제르비스는 문학과 여행 등을 통해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루샤는 키다리 아저씨와 제르비스 사이에서 놀라운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숨바꼭질 같은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작품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따른 뻔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혼성 2인 극으로 펼쳐지는 작품은 이렇다 할 반전도 없고 심지어 잔잔하고 고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감미로운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달곰한 작품임은 틀림이 없다. 제르비스의 따듯하고 헌신적인 사랑이 그렇고, 발랄하고 순수한 제루샤의 사랑이 그렇다. 이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두 인물은 소박하지만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선사하며 사랑에 대한 추억을 자극한다. 그만큼 원작 소설의 클래식한 감성을 고스란히 잘 그려내고 있다. 감미롭고 서정적인 음악과 가사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작품의 깊이를 표현해낸다.

작품은 키다리 아저씨의 후원으로 보육원을 빠져나온 제루샤가 대학을 진학하고 작가로서 꿈을 키워가는 과정도 담고 있다. 얼핏 보면 '신데렐라 판타지' 요소를 지닌 듯하다. 그러나 전형적인 신데렐라 형식과는 차이가 있다. 보육원을 떠나 넓은 세상을 꿈꾸는 제루샤는 자유분방한 모험심을 상징하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제루샤의 편지글은 그녀가 자립과 꿈을 위해 얼마나 현실적으로 행동하고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오히려 후원의 관계가 깨질까 우려하는 제르비스에 비해 그의 도움에서 벗어나려는 제르샤의 모습은 페미니즘적인 성향에 가깝다. 뻔히 아는 이야기임에도 관객이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갈색톤 무대는 관객들이 배우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포근한 조명 아래 놓인 책장과 상자들은 마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 듯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몇 개의 조명과 상자 소품만으로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기막힌 무대장치인 셈이다.

박소영 연출은 "인생을 살아갈 때는 누군가의 시선이 필요한데 따뜻한 시선이 한 사람을 얼마나 성장시키느냐에 중점을 뒀다"고 작품에 관해 설명했다.

당차고 사랑스러운 제루샤 역에는 배우 임혜영, 유리아, 강지혜가 출연한다. 자상하면서도 질투심 많은 제르비스 역은 신성록, 송원근, 강동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오는 7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13 17: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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