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기억 속 음문석(36)은 댄서였다. 엠넷 댄싱9 시즌1 드래프트 평가에서 파워풀한 크럼프를 선보이며 주목받았고,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블루아이 팀을 이끌었다. 그가 2000년대 초, SIC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가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댄싱9을 통해서였다.

음문석을 다시 만난 것은 무대가 아닌 드라마에서다. '귓속말'에서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등장해 인상 깊은 연기를 남긴 그는 앞서 영화 공조에서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수와 댄서 그리고 배우. 여기에 자신이 연출한 영화로 최근 칸에 초청받으면서 '감독'이라는 수식까지 얻었다.

"계속 (배우로서) 발자취를 남기다가 어느 순간 제 자취가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배우 음문석을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배우 음문석

지난 5월 말 음문석은 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가 출연한 단편영화 '아와 어'와 직접 연출한 '미행'이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는 이메일을 받고서다. "칸에 가겠다는 목표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니에요. 힘들게 영화를 만들었으니 떨어지더라도 내자라고 생각했고, 첫 번째 접수할 수 있는 곳이 칸이었어요. (초청을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오, 너무 행복해서…."

'미행'은 음문석의 첫 연출작이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 배우들을 찾지 않잖아요." 신인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직접 작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배우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사운드와 촬영, 조명도 모두 배우들이 맡았다. 그렇게 '7097 액터스'라 이름 붙인 배우집단 속에서 배우들의 노력으로 빚어진 작품들이 하나둘 생산됐다. 미행도 그중 하나다.

칸 영화제에 참석한 음문석 [출처=음문석 인스타그램]

"미행의 시나리오는 영화 주인공인 현슬기라는 배우가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쓴 거에요. 처음 로그 라인을 잡은 것이 '너무 가까이 있지만, 너무 멀게 느껴지는 사람, '가족'이었어요. 가족은 초월적인 끈끈한 게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가족이 제일 큰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음문석에게 연출은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한 훈련 중 하나다. 그래서 '칸 초청'이라든가 '연출자'라는 말들이 아직도 어색하고 민망하다고 했다. "조심스러운 게 배우가 연출하고 뭐하고 한다고 하면 좀, 그런 게 있더라고요. 항상 조심스러워요. 감독이 돼 보니 화면 안에 있을 때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연기할 때)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결정을 해온 것은 아닌가 많은 공부가 됐어요."

댄싱9이 있기 전에 음문석은 SIC으로 활동한 가수였다. 2000년대초 데뷔한 그는 상상플러스, 야심만만, 비타민 등에 고정 출연하며 예능계의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가수에서 예능, 댄싱9 그리고 2017년 배우 겸 연출자 음문석이 있기까지 '사연'이 궁금했다. 그 사연은 중학교 시절, 하키 유망주 음문석에서부터 시작한다. [https://youtu.be/63pZivTRtmY]

"운동을 좋아했는데 중학교에 하키부밖에 없었어요. 포지션은 윙이었고, 하키에 너무 빠졌어요. 중학교 3학년 때 큰 누나가 하키가 비전이 없다고 하키채를 부러트렸어요. 누가 보면 하키에 무슨 한이 있어서 저러나 할 정도로 미친 듯이 울었죠."

하키채를 놓은 그는 '춤바람'이 들었다. "저는 되게 단순해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전국을 휩쓸며 댄스 공연을 했고, 상경 후에는 량현량하, 스페이스A, 지오디(god) 등의 백댄서로 활동했다.

"댄서 생활을 할 때 더원이라는 가수를 만나게 돼요. 더원이 첫 번째로 프로듀싱한 제자가 저에요. 1집 활동을 하고 예능으로 자리를 참 잘 잡았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회사가 게임 회사로 바뀌고, 제게는 군대라는 것이 찾아옵니다."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입대 전이었다. 그는 배우의 길을 '천천히' 걷기로 했다. 제대 후 몬스터즈라는 남성 3인조 그룹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냈고, 댄싱9에도 출연했다. 몸에 익어있기 때문에 수월한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동시에 그는 꾸준히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댄싱9 출연 당시 음문석 [출처=Mnet 댄싱9 영상 캡처]

"나는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뿌리는 배우에 두면서 필요한 훈련은 꾸준히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댄싱9 출연은 SIC 활동 이후 공백기가 너무 길어서, 제가 가는 길이 정말 맞는지 정체성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에 출연했던 거였고요. 댄싱9이 끝난 후엔 저를 다시 찾은 느낌이에요. 처음 상경했을 때, 시작해보자며 가졌던 그 마음을 찾은 것 같아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오늘날 음문석을 있게 한 힘이다. "춤도 노래도 제가 해온 것들 모두가 연기하기 위한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음문석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밑거름으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짧게 스타가 되기보다는 오래 연기를 하고 싶어요. 오래 하려면 많이 튀면 안되거든요(웃음).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그냥 지나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음문석이 아니라 캐릭터로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에요."

balm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21 18:1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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