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우리는 때로 난처하고 애매한 상황을 모면하고자 거짓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더 큰 곤경에 처하는 역설에 빠지기도 한다. 연극 '스페셜 라이어'(연출 이현규)는 우습지만 슬픈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1998년 국내 초연된 작품은 영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남몰래 두집살림을 하는 택시기사 '존 스미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개의 거실 공간으로 만들어진 무대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는 두 여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메리'와 결혼한 존은 택시 손님으로 만난 '바바라'에게 반해 결혼 사실을 숨기고 그녀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공연 리뷰] 연극 '스페셜 라이어'…거짓말은 자란다 [통통TV] [https://youtu.be/3zS5CxSu7i8]

논란의 시작은 존이 강도를 만나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다. 존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두 아내가 동시에 실종신고를 한 것. 존은 메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트로우튼' 형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에 도착한다. 하지만 트로우튼은 존에게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다. 존이 경찰서에서 적은 주소와 병원에서 적은 주소가 다르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존은 두 번째 아내인 바바라를 찾아가지만, 그곳에서도 바바라의 신고를 받고 온 '포터' 형사에게 같은 의심을 산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은 존은 자신의 이중생활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해댄다. 급기야 존의 친구 '스탠리'까지 거짓말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존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초연 20주년을 맞은 '라이어'가 특별판으로 마련됐다. 영국 극작가 레이 쿠니의 '런 포 유어 와이프'(Run for your wife)를 각색한 작품은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할 정도로 연극계의 장수 스테디셀러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공연 횟수만 총 3만5천 회. 누적 관객 수는 500만 명이 넘는다 하니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수작임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배우 안내상, 이종혁, 원기준, 안세하, 우현, 서현철, 홍석천 등 공연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탄탄한 스토리에 이들의 연기가 더해져 더욱더 빛을 발한다.

작품은 제목처럼 거짓말로 벌어지는 소동 극을 다룬다. 한번 시작된 존과 스탠리의 거짓말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낳고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위기를 모면하고자 시작한 거짓말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지경까지 이른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다.

작품은 이런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로 페이소스적인 웃음을 끌어낸다. 7명의 등장인물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빠른 극 전개 속에서도 빈틈없이 이어지는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력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이 있다.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함 속에서도 인간의 욕망과 공허함에 대한 희극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존의 거짓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으로 시작된다. 존은 바바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리고 메리와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을 일삼는다. 잠시나마 이기적인 행복을 위한,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 말이다. 존에게 거짓이란 행복을 영위하는 삶의 위장(僞裝)에 불과하다. 그러나 존의 거짓은 무엇의 위안도 되지 못했다. 되려 자기 정체성을 잃고 해소할 수 없는 공허함에 빠져들고 만다. 결국 '거짓말하는 것 보다 들키는 것이 더 나쁜 것'이란 존의 논리는 망상이자 조작된 허구에 불과했다.

웃고자 만든 작품을 가지고 너무 진지한 해석이 아니냐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기적인 거짓 문제를 단순히 희극적 요소로 치부하기엔 와 닿는 무게가 꽤 묵직하다. 작품을 보는 내내 거짓을 공기처럼 품고 사는 세상의 현실을 발견하게 되고, 우리는 얼마나 진실한가 하는 깊고 쓰린 고뇌에 빠지게 된다.

공연 관계자는 "대본이 가진 힘이 좋아 배우들이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연극"이라며 "관객들이 세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한바탕 웃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7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21 17:59 송고

광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