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앨범의 주체로서의 이효리 (Black,Seoul,서울) [통통TV][https://youtu.be/LIcIHMYAHi4]

(서울=연합뉴스) 송영인 PD = "그건 대중이 원하는 거고요, 제가 원했던 건 '블랙'이에요."

해피투게더 MC 중 한 명인 박수홍이 '예전같이 섹시한 무대를 보여주길 원했다'고 푸념하자, 4년 만에 컴백한 이효리가 내놓은 답이다. 이 대화는 정규 6집 앨범 '블랙'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이효리의 생각 사이의 간극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솔로 데뷔곡 '텐미닛'(10minutes)을 비롯해 그동안 이효리가 선보이고 사랑받았던 곡은 대부분 발랄하거나 섹시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어떤 카테고리의 가수냐를 논할 때도 이효리는 언제나 '섹시 퍼포먼스형'에 속했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이효리의 음악과 무대에 박수홍과 같은 기대를 하는 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효리의 '블랙'은 그의 말처럼 대중의 바람과 사뭇 거리가 있다.

블랙에 수록된 10개의 트랙은 이효리가 제주생활을 하며 받은 수많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타이틀곡 '블랙'은 화려한 장식과 카메라 렌즈 뒤에 가려졌던 자신의 본질을 블랙이라는 색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제주에 머물며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을 노래한 '서울'이나 어두운 하늘과 가뭄이 든 땅에도 내리지 않는 비를 표현한 '비야내려', 20대의 자신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예쁘다' 등 6집 앨범 수록곡에는 이효리가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집약돼있다.

수록곡 모두가 이효리와 그의 삶을 노래한다. 이효리는 앨범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음악의 주체로 우뚝 서 있다. 블랙의 뮤직비디오는 이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전달한다.

물이 금보다 귀한 시대, 쇼걸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여인은 물을 찾아 사막을 나선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검은 개를 마주친다. 오직 검은색 털만 걸친 채 강렬한 눈빛을 보내오는 개에게서 주인공은 마치 자기 본연의 모습을 발견한 듯 동화된다.

개와 함께 춤을 추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다시 쇼걸로 분장하고 나서려는데, 바로 그때 검은 개는 그녀의 집 앞에서 땅속에 파묻혀있는 수도꼭지를 발견한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개가 발견한 물은 화려한 장식을 걷어낸 본연의 자기 자신을 만났을 때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상징한다. 이효리의 생각과 삶이 솔직하게 쓰인 6집 앨범 '블랙'처럼 말이다.

지난 5일 이효리의 블랙 첫 무대가 공개됐다. 생방송 무대 없이 사전녹화 무대만 진행된 것을 두고 일부 미디어와 대중은 그녀의 약점으로 꼽히는 가창력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무용이 가미된 안무에 대해서는 '섹시는 찾아볼 수 없는 행위예술'이었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효리는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변모해갔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가창력이 부족한 '아이돌 출신의 섹시 퍼포먼스 가수'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양새다.

이효리는 그 시선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얻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기대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행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유로움과 아우라는 검은색만 걸쳐도 그를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게 하고 있다.

syip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7/07 17:4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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