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연출 정태영)는 원작 소설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틀을 과감히 깨버린 새로운 창작 작품입니다. 일본 코미디 극작가 미타니 코키가 쓴 연극은 고전이 전하는 메시지나 감동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관객을 웃기려고 작정한 듯 코믹한 대사와 에피소드로만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작품은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180도 뒤집어 놓았습니다. 무대는 지킬 박사가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공연 리뷰] '웃다보니 끝났네'…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통통TV][https://youtu.be/R9eVpPsEj50]

신약 연구 발표를 하루 앞둔 지킬 박사와 그의 조수 '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성공을 장담했던 '선과 악 분리약 개발'에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연구 지원금은커녕 세간의 조롱거리가 될 처지에 놓인 지킬 박사는 발칙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과 체격이 비슷한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하게 됩니다. 빅터는 다음날 있을 발표회에서 지킬 박사의 악한 인격체 '하이드'를 연기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신약 개발의 성공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지킬 박사의 약혼녀 '이브'가 연구실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지킬 박사와 빅터는 그녀를 속이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연기 투혼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들은 이브를 속이고 무사히 발표회를 마칠 수 있을까요.

작품은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냅니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 극작가로 손꼽히는 미타니 코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죠. 사실 작품에서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 따위는 처음부터 중요치 않습니다. 신약은 단지 극의 전개를 이어가는 도구일 뿐, 관객은 기발한 상황 설정과 천연덕스러운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작품에 매료됩니다.

지킬 박사 일행의 작전은 이브가 등장하면서 꼬이기 시작합니다. 지킬 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브와 마주치게 된 빅터는 악한 인격체 하이드를 연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브가 폭언을 일삼는 하이드에게 반해버린 것입니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만 가고 지킬 박사와 빅터는 그런 이브를 속이기 위해 아슬아슬한 막장 연기를 펼치게 됩니다. 실험실에서 펼쳐지는 세 사람의 좌충우돌 해프닝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작품의 백미는 이브에게 있습니다. 신약이 성공했다고 믿던 그녀는 약을 마시면 자신 또한 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약을 마신 이브는 악녀로 변하고 맙니다. 약은 분명 가짜인데 말이죠. 이브는 자기 최면에 걸려 내면에 숨겨져 있던 악한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작품이 전달하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경고입니다.

결국, 선과 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는 것.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과 악은 선택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은 존경을 받기 위해 거짓을 꾸민 지킬 박사의 모습에서도, 돈을 위해 양심을 속인 빅터와 이들을 조롱하듯 바라보는 폴의 모습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들의 행태는 겉과 속이 다른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는 듯 속을 쓰리게 하죠.

정태영 연출은 "미타니 코키의 진지하면서 우스운 성향을 잘 살린 이야기로 원작에 99% 충실했다"며 웃음 자체에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우 윤서현, 김진우, 박하나, 스테파니, 정민, 장지우, 박영수, 장태성 등이 출연하는 작품은 오는 8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7/19 18:4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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