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무비부비☆] 영화 ‘윈드 리버’ 리뷰[https://youtu.be/34rER_y9WjU]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배우로 데뷔해서 각본가로, 그리고 연출가로 묵묵히 성장해왔습니다.

신작 '윈드 리버'는 그가 각본을 쓴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에 이은 '아메리칸 트릴로지'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 서스펜스의 단단한 외피 안에 민초의 애환을 담아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두 영웅 '호크아이'와 '스칼렛 위치'로 유명한 제레미 레너와 엘리자베스 올슨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윈드 리버'[유로픽쳐스 제공]

쫓기듯 설원을 달리던 인디언 원주민 소녀가 피를 토하며 쓰러집니다. 야생동물 사냥꾼인 '코리'(제레미 레너)는 농가에 맹수가 출몰한다는 신고를 받고 수렵에 나섰다가 눈밭에서 소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와이오밍 주의 윈드 리버는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원주민에 대한 억압적 정책의 상징으로 남은 곳입니다.

코리의 신고로 윈드 리버의 수사관들이 범죄현장에 집결합니다. 거센 눈보라에 서둘러 현장 증거를 수집해야 하지만, 수사권이 없어 발을 동동 구릅니다. 가해자가 원주민이 아닌 미국 시민권자라면 관할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사 의지가 없는 연방 수사국(FBI)은 실수투성이 신참 요원인 '제인 배너'(엘리자베스 올슨)를 보내 명목상의 보고서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으로 딸을 잃은 코리가 제인에 적극 협조하면서부터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윈드 리버'[유로픽쳐스 제공]

장면 곳곳에 쉐리던 감독의 메시지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흩날리는 성조기 옆에 힘없이 늘어진 인디언 깃발로부터 아메리칸 드림에 희생된 원주민들이 연상됩니다. 모터 썰매가 산등성이로 지나간 자국에서 강제이주당한 원주민들의 '눈물의 행군'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총을 맞아 쓰러진 늑대의 모습에서는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고집도 보입니다.

첫 장면부터 강력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인디언 소녀가 쫓기는 장면에 맞춰 사랑을 주제로 한 시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옵니다. '내 완벽한 세상 속 초원'이라는 제목으로, 홀로 남겨진 소녀가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며 언젠가 함께할 날을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순수시의 형식 안에 민족의 자유를 노래했다는 점에서 일제강점기의 저항시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코리는 백인 사회와 원주민 사회 겉을 맴도는 주변인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선조가 100년 넘게 정착했고, 그도 원주민 여성과 결혼해 아이까지 두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사는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습니다.

제인은 관객, 혹은 원주민이 아닌 현세대의 페르소나입니다. 쉐리던의 전작인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에는 없는 인물상입니다. 동정과 선의로 가득하지만, 빙산의 일각밖에 보지 못하는 현세대를 표상합니다. 후반부에 누워있던 제인이 갑자기 오열하는 부분은 무지의 베일이 벗겨졌다는 의미이겠지요.

'윈드 리버'[유로픽쳐스 제공]

모든 범죄 스릴러가 그렇듯, 테일러 쉐리던의 범죄 스릴러에는 묵직한 사회 고발성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제작비 문제에 봉착했을 때도 본연의 스타일을 고수하기 위해 몰래 선댄스국제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뻔한 범죄 스릴러의 대홍수 같은 상업영화 시장에서도 고유의 색채를 잃지 않은 소중한 감독입니다. 14일 개봉.

'윈드 리버'의 포스터 [유로픽쳐스 제공]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9/06 18: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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