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무비부비] 영화 '채비' 리뷰[https://youtu.be/Wqie3bhKeao]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세상에 태어나면 두 가지 숙제가 주어집니다. 바로 죽음과 가족입니다. 조영준 감독의 데뷔작 '채비'는 이 두 가지 인생 과제를 하나의 시험대에 올린 힐링 드라마입니다.

고두심·김성균·유선·박철민 등 코미디와 드라마 양면에 강한 연기자들을 앞세워 극의 메시지를 극대화했습니다.

영화 '채비' [오퍼스픽처스 제공]

발달장애를 가진 '인규'(김성균)는 일곱 살 같은 서른 살의 씩씩한 청년입니다. 그런 인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 '애순'(고두심)과 계란 후라이입니다.

애순에게는 인규 말고도 시집간 딸 '문경'(유선)이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끼고 보살피다 보니 장애 없이 태어난 딸 '문경'에게는 관심을 둬 줄 겨를이 없습니다. 애정결핍에 시달리던 문경은 도피하듯 시집을 가 엄마가 되었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가 여전히 행복을 가로막습니다.

어느 날 애순은 앞으로 아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다 용기를 내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체크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영화 '채비' [오퍼스픽처스 제공]

발달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한가지 공통된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불가능에 대한 도전'입니다.

대중에 친숙한 작품 중 하나는 신현준 주연의 '맨발의 기봉이'입니다. 엄마에게 틀니를 선물하기 위해 마라톤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은 자폐증을 딛고 마라톤 서브스리 최연소 완주의 기록을 세운 배형진 군의 실화를 그렸습니다. 일본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최대 흥행작은 역대 관객 수 6위의 '7번방의 선물'로, 수감된 발달장애인이 재심을 청구합니다.

이러한 기존의 작품과 달리, 채비는 발달장애 구성원이 있는 가족의 일상과 관계 자체에 중점을 뒀습니다. 위업 달성보다는 '삶을 지키는 것'이 채비의 목표이자 기적입니다. 병든 병아리가 죽음을 이겨내고 닭이 된 것처럼, 애순과 인규 역시 같은 기적에 도전합니다.

영화 '채비' [오퍼스픽처스 제공]

채비는 검증된 연기만큼이나 각본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첫 번째로 신선함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주체가 발달장애가 있는 인규가 아니라 보호자인 애순입니다. 그래서 관객은 감정을 인규가 아니라 애순에게 이입하게 됩니다. 덕분에 인규를 괴롭히는 틀에박힌 악역을 설정해야 하는 전형성을 탈피했습니다.

영화 '채비' [오퍼스픽처스 제공]

시나리오의 두 번째는 매력은 리얼리티입니다. 엄마의 사랑은 기계처럼 똑같이 잘라서 나눠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두 자녀를 둔 여배우 고두심의 말처럼, 열 손가락 깨물어서 더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같은 자식인데 일이 잘 안 풀리고 고생하는 자식이 있으면 더 관심을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관심을 덜 받아 서운한 자식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질문이 대두합니다. 채비는 수많은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한 가지를 제시합니다.

영화 '채비' [오퍼스픽처스 제공]

인사이더의 시선을 재현한 쇼트도 주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정서적 요새인 '집'을 떠난 인규가 외부인의 음성과 표정을 인식하는 방법을 렌즈에 담아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평범한 건대 먹거리 골목이 인규에게는 공포와 패닉의 장으로 표현됩니다.

전체적으로 채비는 아는 만큼 발견하는 영화라는 느낌입니다. '엄마와 발달장애 아들', '엄마와 비장애인 딸', 그리고 '발달장애 동생과 비장애인 누나'의 세 가지 관계로부터 각각 다른 텐션이 발생합니다. 이 텐션이 가위바위보처럼 조율되면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영화입니다.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하시죠.

영화 '채비'의 포스터 [오퍼스픽처스 제공]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1/02 18: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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