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무비부비☆] '미옥' 짖으라면 짖어야죠 [https://youtu.be/XYiu_5dXjgg]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국내 여성 누아르에 감초처럼 따라다니는 요소가 있습니다. 시스터후드, 로맨스, 그리고 모성애입니다. 김옥빈의 '악녀'가 그랬듯, 김혜수의 신작 '미옥' 역시 이러한 틀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한 야심작입니다.

개봉 전부터 '아름답고 잔인한'이라는 카피 문구 덕분에 몽환적인 미장센을 주축으로 한 누아르일 것이라는 예상을 몰고 다녔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껍질 안에 멜로 요소가 가득합니다.

신예 감독 이안규의 입봉작으로, 김혜수·이선균·이희준·최무성이 주·조연으로 스크린을 수놓았습니다.

영화 '미옥'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나현정'(김혜수)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입니다. 그녀 덕분에 보스인 '김재철'(최무성) 회장은 음지에서 양지의 권력자로 도약합니다. 조직의 실세나 다름없는 현정이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은퇴를 준비합니다.

조직의 행동대장인 '임상훈'(이선균)은 현정의 최측근입니다. 긴 세월 현정의 지시에 따라 손에 피를 묻혀왔지만 정작 그녀를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런 상훈에게 현정에게 원한을 품은 '최대식'(이희준) 검사가 접근해오면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합니다. 세 사람의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생존을 건 혈투로 변해갑니다.

영화 '미옥'의 포스터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드라마는 가볍게, 액션은 무겁게' 공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작품입니다. 실제로 김혜수는 '나현정의 감정이 살아있는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말할 정도로 미옥의 드라마적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김혜수의 액션 연기 외에도 이선균의 하드보일드 누아르, 최무성의 조직 보스 연기 등 여러모로 '최초'라는 수식어를 몰고 다닐만한 작품입니다. 2013년 오피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와 연기 호흡을 맞췄던 이희준이 미옥에서는 철천지원수로 재회했습니다.

영화 '미옥'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예고편만큼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 작품입니다. 90분의 부족한 러닝타임이 암초로 작용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과거사부터 조직의 생리, 인물 간의 심리전까지 묘사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시스터후드와 모성애, 삼각관계 등 디테일에 욕심을 부렸습니다. '악녀'가 123분의 러닝타임을 확보하고도 산만한 스토리로 공격받은 점을 감안하면 불리한 시작이었습니다. 미옥의 구성은 산만함보다는 공란이 많아 클라이맥스까지 끌고 갈 화력이 부족했습니다.

영화 '미옥'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김혜수처럼 뚜렷한 컬러의 연기자가 스크린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사실 의외였습니다. 누아르에서 캐릭터를 완성해주는 아지트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극 중 임상훈에게는 개 사육장과 폐쇄 목욕탕이, 김재철 회장에게는 야합의 장인 집무실이 있습니다. 각각의 공간이 캐릭터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현정의 아지트인 '라 테트' 살롱은 특급 호텔에 딸린 호화로운 부속 시설 정도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현정이 조직의 참모보다는 비밀 살롱의 마담 정도로 보입니다.

영화 '미옥'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카리스마의 부재도 아쉽습니다. 현정의 일터인 '라 테트'는 프랑스어로 머리, 조직의 두뇌를 상징합니다. 유흥업소의 룸이나 지하주차장 같은 전형적인 누아르 공간을 탈피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참모인 현정이 꼼수로 적을 상대하는 모습에서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작인 '차이나타운'의 보스인 마우희를 연기할 때는 단도 몇 번 휘두르지 않고도 카리스마와 모성애를 얻었습니다. '미옥'의 현정은 둘 다 놓친 대신, 비주얼과 로맨스를 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농밀한 드라마와 우아한 비주얼로 색다른 누아르를 완성했습니다. 올해 시체스국제영화제가 그 점을 높게 평가해 수상작 명단에 올렸을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으로 확인하시죠.

영화 '미옥'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1/08 16: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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