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무비부비] '오리엔트 특급 살인' 리뷰[https://youtu.be/3OTu1j3_0ew]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범인은 우리 중에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용의자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추리 활극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주연인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을 겸하고, 조니 뎁을 포함한 열세 명의 조연이 포진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만담과 세련미가 강조된 '할리우드식 포와로'가 보입니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와 미술이 1974년 판 리메이크와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희극적인 스토리에 걸맞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스크린을 수놓았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남우 주연 '에르큘 포와로' 역의 케네스 브래너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세계적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예루살렘에서 의뢰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뜻밖의 행운으로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탑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밀실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용의선상에 오른 승객 모두 알리바이가 성립합니다. 포와로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와 승객들의 증언으로 밀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합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신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추리 과정보다 만담이 재미난 작품입니다. 총이나 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된 무기는 대화입니다. 프랑스풍의 재치 있는 언어유희(에스프리)로 무례한 상대를 비꼴 때마다 관객의 웃음이 이어집니다.

리메이크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연기자와 원작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핵심 인기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케네스 브래너가 그토록 원작 캐릭터와의 유사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팬심을 자극하는 디테일도 눈길을 끕니다. 포와로의 콧수염만큼이나 중요한 상징이 바로 사투리입니다. 실감 나는 사투리를 위해 벨기에 신사 27명이 동원됐을 정도입니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라쳇' 역으로 출연한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과 사투리로 대담하는 특별영상을 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라쳇 역의 조니 뎁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셜록 홈스'의 왓슨처럼 주기적으로 관객에게 힌트를 전달하는 조연급 캐릭터가 없는 점은 핸디캡입니다. 포와로를 제외한 모든 인물이 용의자이기 때문에 모든 추리 과정이 사실상 탐정의 머릿속에 감춰져 있습니다. 관객이 능동적으로 사건을 추리해나가기보다는 정답이 밝혀지는 순간을 대기하는 데 그칩니다. 조연 배우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 각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맛보기 어려웠던 점도 아쉽습니다.

시대의 낭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작과 미술이 흥미롭습니다. 극 초반 예루살렘 시퀀스의 색감이 현대적이어서 다소 인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포와로가 기차역에 이르러서부터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신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고전 명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1974)

아르데코 풍의 유리와 거울을 활용한 촬영도 추리물의 분위기를 한껏 띄웁니다. 포와로가 조사에 나서는 순간, 카메라가 유리창의 투명한 부분과 반투명한 부분을 훑는 사이로 용의자들을 비춥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외눈 안경을 끼고 용의자를 탐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포와로가 홀로 상념에 잠기는 장면에도 유리창이 활용됐습니다. 포와로와 유리창을 좌우 대칭으로 배치하고, 유리창에 비친 포와로의 잔상에만 눈이 내리도록 촬영했습니다. 노년의 탐정이 갈무리한 내면의 갈등을 운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허바드 부인 역의 미셸 파이퍼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1934년 처음 출판된 이래 수많은 리메이크가 등장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영국의 1974년판 리메이크로, 신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신작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수상한 사업가 '라쳇'을 74년 판에서는 리차드 위드마크가 열연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조니 뎁과 함께 가장 화제를 모은 캐스트는 아마도 안드레니 백작 역의 세르게이 폴루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보수적인 극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출당한 천재 발레리노입니다. 안드레니의 침실 칸에 널린 각종 약품은 폴루닌의 마약 복용 루머에 대한 할리우드식 패러디입니다. 연기는 합격점을 주기 어렵지만, 시대극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하시죠. 11월 29일 개봉.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안드레니 백작 역의 세르게이 폴루닌 [엣나인필름 제공]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1/23 14:4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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