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무비부비] 영화 '1987' 리뷰[https://youtu.be/U0GeajBqZsk]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여기 남영동이야. 너 하나 죽어도 아무 일 안 생겨."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경찰에 불법 체포돼 고문을 받다가 사망한다. 고문의 책임자인 박 처장(김윤석)은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빨치산으로 몰아 숙청함으로써 정권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다.

경찰은 증거인멸을 위해 박종철의 시신을 화장하고 사인을 심정지로 발표한다. 그러나 취재진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수사결과에 의구심을 품는다. 사회 곳곳에 진실을 알리려는 자와 은폐하려는 자가 맞서면서 역사의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한다.

영화 '1987'[CJ E&M 제공]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직후의 6개월을 다룬 역사 드라마다. 극의 재미를 위해 연출을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 엿보인다.

영화는 초침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블루 톤이 강조된 겨울 들판과 흩날리는 눈발이 인권의 혹한기를 상징한다.

흥미로운 것은 애국, 종교, 고문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다. 가위바위보처럼 얽혀가며 시대를 투영한다. 극 중 박 처장은 악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나름의 방식대로 애국한다. 그중 하나가 정권을 비판하는 지식인에 대한 고문이다. 박 처장의 수하는 고문 행위 중에 짬을 내어 종교 서적을 읽는다. 그런데 절과 성당, 교회는 수배 중인 민주화 운동가들을 보호하고 독재정권의 인권유린을 규탄한다.

영화 '1987'[CJ E&M 제공]

1987은 민족적인 소재와 호화 캐스팅 외에도, 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세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80년대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1987년을 재현한 소품과 의상, 세팅에 진한 향수를 느낄 듯하다. 거리에는 장발의 남성이 가득하고 선데이 서울, 티브이 가이드, 다이제스트 등 당시의 인기 잡지가 등장한다. 연희를 춤추게 한 마이마이 카세트는 최고의 졸업선물이다.

영화 '1987'[CJ E&M 제공]

한편, 영화 1987의 역사적 의미만큼이나 대중의 궁금증을 사로잡는 이슈가 있다. 1천만 관객 수를 달성할지 여부다.

그간 군부독재 정권이 빚어낸 참극을 다룬 상업영화가 적지 않았다. 1980년의 민주화 항쟁을 모티브로 한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가 각각 관객 수 1천200만, 685만의 흥행을 거뒀다. 관객 수 1천100만의 영화 '변호인'은 1981년 부산의 대규모 용공조작 사건을 다룬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영화 '1987'[CJ E&M 제공]

영화 1987은 현대사에 접근하는 방식이 기존의 천만 영화 스타일과 다르다. 시대에 초점을 맞춰 접근했다.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기 모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각난 지도를 모으듯, 각기 다른 인물들의 여정을 추적한다.

1987의 항쟁을 야기한 것은 특정 인물도, 단일 사건도 아닌 시대다. 그렇기에 초반부는 핸드헬드 촬영으로 고문 현장의 불편한 기류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인물들은 쉴 새 없이 빠른 보폭으로 이동하며 관객이 시선을 놓지 않는다. 현장감을 살리려고 일부러 포커스를 엇나가게 하는 등 다큐멘터리 느낌이 강하다.

영화 '1987'[CJ E&M 제공]

천만 영화를 노린다면 이같이 드라이한 연출이 양날의 검이 될지 모르겠다. 영화 변호인과 택시운전사처럼 사람 냄새 나는 '국민 아빠'와 그를 돕는 조력자들의 영웅담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1987은 폭소를 유발하는 구수한 유머도 눈에 띄게 적다. 그러나 세련된 연출과 함께 김윤석, 박희순 등 연기파 캐스트가 주축이 된 정치극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1월 첫째 주 극장가에 대형 개봉작이 없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호재다.

영화 '1987'의 더욱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1987'[CJ E&M 제공]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2/29 16: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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