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 퇴근했다 ep.2] 평점리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https://youtu.be/ZIfbrSjWDZI]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그 편지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의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쓰인 편지가 시공을 초월해 감동을 전한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70년대 나미야 잡화점은 '고민상담 편지'라는 유별난 서비스로 유명세를 치렀다. 주인이자 상담자인 나미야 할아버지는 제아무리 사소한 고민이라도 진지하게 답장을 써준다. 세월이 흘러 상점은 폐점되고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 간다.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 폐점된 '나미야 잡화점'에 3인조 소년범이 숨어든다. 은신처가 발각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중, 문틈으로 '생선가게 뮤지션'이라는 사람이 보낸 편지가 떨어진다. 소년들은 그의 고민에 안타까움 반, 한심함 반으로 답장을 쓴다. 그렇게 시작된 고민상담 릴레이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신비한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와 소설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성세대가 가장 열린 사고를 가졌다는 설정이다. 오히려 신세대가 편견에 갇혀 상담자에게 설교부터 시작한다. 올해 환갑을 맞은 원작소설가와 네 살 연상의 감독이 만든 유쾌한 위트다. “열심히 싸워보라고. 싸움에 패한다면 그것대로 괜찮아. 어떻든 너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와.”

내러티브 외에 정갈한 화면 구성도 매력요소다. 기계처럼 정밀하게 틀이 잡혀있으나 답답하지는 않다. 범죄 액션이 강세인 요즘 극장가에 드문 편안함이 가득하다. 70년대 나미야 잡화점 거리는 연극 무대를 연상시킨다. 소년들이 나이야 잡화점에 진입하는 장면은 달이 비추듯 하나의 구도로 고정된 전경 샷으로 담아냈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독백 신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눈을 뗄 수 없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제법 두께가 있는 소설을 영리하게 각색했다. 아쉽게 누락된 것 중 하나는 소설에서 반복 회자되는 '선택'의 가치다. 소설 속 상담자들은 나미야 잡화점의 충고에 반발하거나 정반대의 선택을 강행하기도 한다. 인생의 무게는 결국, 그들의 선택의 무게인 셈이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은 괜찮을 테니 힘내라'는 달콤한 위로의 메시지에 올인한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설과 영화 모두 제 나름의 묘미가 있다. 소설은 '나미야 할아버지'에 대한 선망을 불러일으킨다. 원작소설의 팬이 영화에 실망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 별난 영업주를 실물로 재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나미야 상'은 흐르는 강물처럼 묵묵히 상대를 배려하는 노인이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들의 은신처다.

영화는 '어쩐지 있을 것도 같은' 호탕한 나미야를 창조했다. 그를 열연한 니시다 토시유키는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밀짚모자를 눌러쓴 사랑스러운 할아버지를 연기했다. 고민상담을 해주며 '공책이나 하나 사가든가'하며 능청을 떤다. 히로키 감독이 극찬한 배우답게 무표정만으로도 관객을 붙드는 연기자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을 사랑하는 팬이라도 영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판타지 장르답게 밤거리의 색채가 아름답다. 도망치는 소년들 뒤로 가로등 불빛이 아롱지고, 세월의 그리움을 담은 70년대 전차가 밤거리를 덮친다. 생선가게 뮤지션의 하모니카 연주와 여가수 '세리'의 콘서트 공연도 글만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이벤트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더욱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뷰 기사는 작품의 완성도를, '정기자 퇴근했다.' 영상 리뷰는 재미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포스터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3/07 17:0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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